
한국 사회는 유행을 타는 속도가 빠르다. 주식에 사람이 몰리고, 코인에 사람이 몰리고, 한때는 NFT(대체불가토큰)라는 말에도 수많은 기대가 몰렸다가 어느 순간 빠르게 식었다. 모두가 기회를 말하고, 누군가는 “지금 안 하면 늦는다”고 말한다. 보험도 때로는 보장보다 투자처럼 설명되고, 자동차도 현금 구매보다 리스와 할부가 더 영리한 선택처럼 권해진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손해 보는 구조를 스스로 권할 리 없다. 투자라는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소비이거나 손실인 경우도 많다. 이 사회는 욕망을 부추기면서도 그 책임은 개인에게 돌린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비슷한 장면을 마주한다. 리스나 할부를 권하는 말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그 안에는 소비자의 편의도 있지만, 판매 구조와 수수료의 논리도 함께 움직인다. 물론 모든 리스와 할부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방식이고, 누군가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이 작품의 출발점은 조금 다른 감각이다. 돈이 없으면 사지 말자는 마음,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욕망하자는 태도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도 꼭 한 번쯤 갖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작품에서 그것은 람보르기니다.
〈내숭: 할부인생〉은 바로 그 마음의 모순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화면 속 내숭녀는 밝은 노란색 저고리를 입고, 동심의 상징인 미니마우스가 떠오르는 붉은 도트 무늬 머리띠를 한 채 작은 자동차에 앉아 있다. 등 뒤로는 알록달록한 풍선들이 둥글게 피어오른다. 축제 같고, 놀이공원 같고, 어린 시절의 사진첩 한 장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인물이 붙잡고 있는 핸들은 아이의 장난감 자동차에 달린 것이다. 작고 귀엽고 가벼운 차. 그런데 그 앞면에는 람보르기니의 표식이 선명하다. 장난감 자동차는 갑자기 어른의 욕망을 싣는 차가 된다.
이 작품에서 범퍼카는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의 크기와 욕망의 크기 사이에 놓인 간격이다. 실제 람보르기니는 너무 멀리 있지만 장난감 람보르기니는 눈앞에 있다. 손에 닿는 것은 범퍼카이고 마음이 달리는 곳은 슈퍼카다. 이 간극은 우습지만 씁쓸하다. 우리는 자주 이렇게 산다. 원하는 삶은 크고 감당 가능한 삶은 작다. 그래서 사람들은 꿈을 한 번에 사지 못하고, 할부처럼 나누어 갖는다. 한 달 치 기쁨, 한 달 치 체면, 한 달 치 욕망을 다음 달의 자신에게 넘긴다.
‘할부인생’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소비 방식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방식에 대한 은유다. 우리는 집도, 차도, 가전도, 때로는 자신감과 성공의 이미지까지도 나누어 산다. 당장 전부를 가질 수 없으니 일부를 먼저 가져온다. 문제는 할부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욕망을 소유의 형태로만 확인하려는 사회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무엇을 샀는지가 더 빠른 증거가 되고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보다 어떤 차를 타는지가 더 쉬운 설명이 된다. 성공한 사람의 얼굴보다 성공한 사람의 자동차가 먼저 떠오르는 시대다.
풍선은 이 작품의 욕망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풍선은 가볍고 화려하지만 손에서 놓치면 날아간다. 그것은 꿈과 닮았다. 붙잡고 있으면 기쁨이지만, 너무 세게 붙잡으면 터지고, 놓아버리면 멀어진다. 내숭녀의 뒤에 떠 있는 풍선들은 소비의 환희처럼 보이기도 하고, 불안정한 꿈의 묶음처럼 보이기도 한다. 노란 저고리와 붉은 머리띠, 화려한 풍선과 검은 범퍼카의 대비는 이 그림을 단순히 귀엽게 만들지 않는다. 밝은 색 아래에는 어른의 계산이 깔려 있고, 놀이의 표정 아래에는 성공에 대한 조급함이 숨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비를 쉽게 꾸짖지 않는다. 욕망을 부끄러운 것으로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묻는다. 인간은 왜 무엇인가를 갖고 싶어 하는가. 물건을 원하는 마음은 정말 허영일까, 아니면 아직 도착하지 못한 삶을 상상하는 방식일까. 람보르기니를 꿈꾸는 일은 사치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더 멀리 가고 싶다는 욕망의 언어일 수도 있다. 장난감 자동차에 앉아 있는 내숭녀는 우스꽝스럽지만 비참하지 않다. 그는 자기 욕망을 알고 있다.
〈내숭: 할부인생〉이 결국 바라보는 것은 현대인의 이중성이다. 우리는 검소하고 싶지만 갖고 싶다. 현실적이고 싶지만 상징을 원한다. 돈이 없으면 사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에는 한 대의 람보르기니를 세워둔다. 이 모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이다. 다만 그 욕망이 나를 끌고 가는지, 내가 그 욕망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마지막에 작은 철학적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왜 미래의 자신을 담보로 현재의 이미지를 사는가. 어쩌면 중요한 것은 람보르기니를 사는 일이 아니라, 왜 그 차를 꿈꾸게 되었는지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화가 김현정은 선화예중·예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동양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박사 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다. 김현정 작가는 21세기 풍속도〈내숭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전시 작품 완판, 6만 7400명의 국내 개인전 최다 관람객 기록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현정 화가의 작품은 초·중·고 교과서 31종에 수록되어 있으며, 현재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미술 강연과 강의를 이어가는 교수로서 전통 회화와 동시대 시각문화를 연결하고 있으며, 30만 팔로워와 소통하며 국내외 전시와 교육, 집필을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글_김현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