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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 “비트코인 은행 만들자” 파격 제안

박지혜 기자
2025-12-15 07: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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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 “비트코인 은행 만들자” 파격 제안 (사진=픽사베이)

비트코인을 담보로 한 규제 기반 디지털 은행 구상이 제시되면서 전통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현물 ETF 승인에 이어 은행업 진출까지 본격화되는 가운데, 암호화폐 기업들은 중동 자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트래티지 설립자 마이클 세일러가 12월 14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비트코인 MENA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 준비금 기반 규제 디지털 은행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는 비트코인 담보와 토큰화된 신용 수단, 법정화폐 준비금을 결합한 새로운 금융 구조가 제도권 안에서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일러가 제시한 디지털 은행 모델의 핵심은 인가받은 국립 은행이 비트코인 초과 담보, 토큰화된 부채 상품, 법정화폐 준비금을 결합해 디지털 계좌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산 구성 비율로 토큰화 신용 80%, 법정화폐 20%를 제시했으며, 유동성과 안정성을 위한 추가 준비금 10%를 더하는 구조다. 비트코인 담보에는 5대 1 수준의 초과 담보 비율을 적용해 신용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과 유럽, 스위스 등에서 전통 예금 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명확한 규제와 제도를 갖춘 국가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최대 20조달러에서 50조달러 규모의 자본을 끌어들일 잠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기업의 제도권 금융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은 12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과 블록체인 결제 기업 리플을 포함한 가상자산 기업 5곳에 대해 전국 단위 은행 설립을 조건부 승인했다.

승인 기업들은 ‘신탁은행(trust bank)’ 설립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신탁은행은 일반 은행과 달리 예금을 받거나 대출을 취급하지 않으며, 전통적으로 보험사, 자산운용사, 급여 처리 업체들이 운영해온 영역이다. OCC는 은행 설립에 필요한 자본 조달과 인프라 구축에 최대 18개월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으며, 영업 개시 전 최종 심사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신탁은행 인가를 받을 경우 비용이 많이 드는 중개 단계를 줄이고, 디지털 자산 보관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핵심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기존 은행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 경우 결제·예금 서비스와 직접 경쟁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주 아부다비에서는 비트코인 MENA 콘퍼런스, 아부다비 파이낸스 위크 등 다수의 암호화폐·금융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글로벌 암호화폐 기업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여러 콘퍼런스를 오가며 중동 국부펀드와 대형 패밀리오피스를 중심으로 한 자금 유치에 나섰다.

세일러는 비트코인 MENA 콘퍼런스에서 국부펀드를 포함한 다수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 조달 구상을 설명했다. 스트래티지 주가는 올해 중반 이후 절반 이상 하락한 상태로, 다양한 금융 수단을 활용해 비트코인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일본의 호텔 운영사에서 비트코인 투자 기업으로 전환한 메타플래닛도 ‘MARS’라는 우선주 발행을 통한 신규 자금 조달 계획을 공개했다. 트럼프 일가와 거래해온 투자은행 도미나리 홀딩스, 한화그룹의 투자·증권 부문도 아부다비를 방문해 사업 확장과 투자 유치 가능성을 타진했다.

UAE의 암호화폐 산업 육성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최근 아부다비 금융 규제 당국으로부터 글로벌 거래 플랫폼 운영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국부펀드 무바달라는 11월 비트코인 투자 규모를 기존보다 세 배 늘렸으며, 비트코인 ETF를 통해서도 추가 투자를 진행했다.

무바달라가 지원하는 암호화폐 중개업체 미드체인스의 바실 알 아스카리 공동창업자는 “국부펀드나 대형 투자기관의 투자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수년간의 관계 구축과 현지 사업에 대한 장기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업 진출 승인과 중동 자본 유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시장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24/7월스트리트에 따르면, 최근 미국 주식 시장 개장과 동시에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불과 35분 만에 2,000달러가 급락해 시가총액 약 400억 달러가 증발했으며, 1시간 동안 1억 3,200만 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유력한 원인으로는 일본은행의 12월 19일 금리 인상 가능성이 지목되며, 엔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났다.

다만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연방준비제도 관계자들이 2025년 세 차례 금리 인하와 양적 긴축 종료를 시사했고, 미국 상원 의원들이 2025년 말까지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을 확정하려 노력 중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시세 조종 행위가 7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 기사는 투자 판단을 위한 참고용이며, 투자 결정은 본인의 책임입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