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의 조기 종식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전쟁 개전 이후 치솟았던 유가가 단숨에 꺾이며 2022년 3월 이후 4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물은 배럴당 83.45달러로 마감하며 하루 새 11.9% 급락했다. 장중에는 18% 이상 내려 76달러대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도 11.0% 하락한 배럴당 87.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8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하락 반전한 것이다.
여기에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소셜미디어에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고 밝히자 WTI는 한때 80달러 선마저 내줬다. 그러나 라이트 장관이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를 부인하면서 유가는 80달러대로 되돌아왔다. 백악관 역시 미 해군의 유조선 호위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유가 급등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의 충격을 떠올리게 한다. 브렌트유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배럴당 106달러까지 치솟으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28일만 해도 73달러 선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열흘 남짓 만에 45%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
2022년 러·우 전쟁 당시에도 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30달러에 육박하며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촉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분쟁이 이달 안에 해소되지 않으면 그 고점마저 넘어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전쟁 발발 이후 해협을 오가는 선박 통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최고경영자 아민 나세르는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원유 재고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이며, 공급 병목이 이어질수록 재고 소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향후 두 달간 브렌트유가 배럴당 95달러 이상에서 거래되겠지만 연말에는 70달러 수준까지 내려올 것으로 전망했다. 분쟁이 이달 안에 해소되지 않으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기록했던 고점을 넘어 배럴당 150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 급등의 여파는 실물 경제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연료비 급등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상을 예고했으며, 아시아와 유럽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적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전쟁 발발 이후 각각 15%와 10%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유가 급락 소식에 안도한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반등했다. 유럽의 주요 지수들이 1% 후반에서 2% 중반대 상승을 기록했고, 일본 닛케이225와 한국 코스피도 강세로 마감했다. 미국 S&P500과 다우존스지수도 상승 전환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은 달러 약세 등에 힘입어 반등,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524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