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금융시장이 환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지속, 양측의 첨예한 종전 조건 차이 등으로 완전한 평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며 “양측 모두에 적용되는 휴전”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이란 문명 말살을 언급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중국 등 중재국과 JD 밴스 부통령의 노력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미국의 공격 중단 시 이란도 방어 작전을 멈추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휴전 협상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경기 침체 우려, 이란의 F-15 전투기 및 E-3 센트리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격추 성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미국을 협상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다. AP통신은 이번 휴전안에 이란이 인접국 오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요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큰 수익이 만들어질 것이며 이란은 재건을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해 사실상 이를 용인하는 모양새다.
한국 정부도 즉각 반응했다. 외교부는 8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위한 전기가 마련된 것을 환영한다”며 파키스탄 등 관련국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루어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도 이날 국내 선사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 방안을 논의했다. 해수부는 외교부 등 관계기관을 통해 확인한 통항 관련 정보와 외국 선박의 동향을 선사에 실시간 제공하기로 했다. 선사들은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자체 통항 계획을 수립·운항하며, 해수부는 운항 전 과정에서 실시간 안전 정보 제공과 선박 모니터링을 병행한다. 기술적 문제 발생 시에는 한국선급 등을 통한 24시간 원격 기술지원 체계를 가동하고, 해양경찰청이 연안국 수색구조기관과의 협조 체계도 유지할 예정이다.
휴전의 앞날은 순탄치 않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2주 휴전에 레바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고, 이스라엘군은 휴전 선언 직후에도 레바논 남부 공습을 이어가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반면 헤즈볼라 측은 휴전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에 대한 발포를 중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란도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연안 국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종전을 위한 협상 조건 격차도 크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인정, 미군 철수, 제재 전면 해제, 전쟁 피해 배상 등 10개 조항을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핵 시설 해체, 우라늄 보유·농축 불허, 이란의 대리세력 지원 중단 등 15개 조항을 내걸고 있다.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오는 10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양국 대표단 간 고위급 협상을 제안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2주는커녕 2년 안에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도 외교적 묘수가 필요할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시장에서도 이번 합의가 실질적인 긴장 완화로 이어질지, 일시적 조정에 그칠지를 주목하며 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