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한바퀴' 이만기가 서해 5도 최북단 백령도와 이웃 섬 대청도를 찾는다. 심청전 전설이 깃든 심청각, 백령도 토종 연을 키우는 연꽃마을, 자연산 굴메밀칼국수, 점박이물범 서식지 하늬해변, 대청도의 옥죽동 해안사구와 생홍어, 우럭백숙까지 섬의 자연과 주민들의 깊은 인생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인천항에서 뱃길로 약 4시간이면 닿는 백령도는 서해 5도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자리한 섬이다. 앞선 1부가 접경지의 평화로운 일상과 주민들의 생활을 담았다면, '동네한바퀴' 383회는 태곳적 자연의 숨결이 남아 있는 백령도와 대청도의 생명력 넘치는 풍경을 소개한다. 바다와 들녘을 일터로 삼아 살아온 섬사람들의 땀과 추억, 가족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심청각, 인당수 전설 간직한 심청전의 무대
백령도는 고전소설 ‘심청전’의 배경으로 전해지는 곳이다.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려고 인당수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가 깃든 섬으로, 진촌리 북산 정상에는 심청의 효심을 기리는 심청각이 세워져 있다. 심청각에서는 앞바다와 섬의 능선, 지척에 마주한 북한 땅까지 넓게 조망할 수 있다.

심청각 주변에는 심청 동상도 자리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만기는 섬의 지리와 역사가 함께 담긴 전망대에 올라 백령도가 품은 전설과 서해의 풍경을 바라본다. 북방한계선 인근에 자리한 섬의 특별한 위치와 수많은 세월을 품은 고요한 풍광이 색다른 인상을 남긴다.

심청연 연꽃마을, 폐결핵 이겨내고 시작한 부부의 제2막
심청의 흔적을 따라가면 카페처럼 보이는 한 공간에서 예상 밖의 연꽃밭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백령도에 자생하는 토종 연 ‘심청연’을 비롯해 18종의 연을 감상할 수 있는 연꽃마을이다. 정착한 지 40년이 된 김진일 씨와 임정혜 씨 부부가 오랜 시간 땀을 들여 가꾼 곳이다.


남편 김진일 씨는 10대부터 폐결핵을 앓았다. 육지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던 그는 치료를 위해 백령도에 들어왔고, 약 6개월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건강을 회복한 뒤에도 부부는 섬을 떠나지 않고 제2의 고향으로 삼았다. 심청전의 효심에서 영감을 얻어 넓은 땅을 연밭으로 가꾸기 시작했고, 딸의 아이디어로 연잎젤라토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한때 치료가 끝나면 육지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부부는 이제 연꽃과 함께 자신들만의 인생을 이어간다.

굴메밀칼국수, 할머니가 남긴 자연산 굴의 시원한 맛
앞바다에서 나는 여름 굴은 손톱만큼 작은 크기지만 달큰하면서도 진한 맛이 난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여름 굴을 캐며 생활에 보탬을 보탰고, 굴은 백령도 밥상에 빠지지 않는 재료가 됐다. 자연산 굴을 넣은 굴메밀칼국수 식당에서는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가는 서명철 씨와 이영주 씨 부부를 만난다.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서 자란 명철 씨는 성인이 된 뒤 육지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하지만 예비군 훈련을 위해 고향을 찾았을 때 홀로 지내는 할머니가 마음에 걸렸고, 그날부터 할머니 곁에 남기로 했다. 할머니가 치료를 위해 육지로 떠난 뒤에도 그는 백령도를 지키며 식당을 운영했다. 아내 영주 씨 역시 남편의 우직한 마음에 반해 섬으로 시집와 함께 가게를 꾸려왔다. 20년 넘게 이어진 칼국수에는 바다의 맛과 가족의 추억이 담겼다.

하늬해변, 점박이물범이 쉬어 가는 바다

망원경을 통해 바위 위에 모인 점박이물범을 관찰하며, 사람과 떨어진 바다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야생의 풍경을 마주한다. 거친 접경 바다가 희귀 생물의 보금자리로 남아 있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대청도, 어선 가득한 선진항과 한국의 사하라사막
백령도에서 배로 약 30~40분 이동하면 대청도에 닿는다. 농업 비중이 높은 백령도와 달리 대청도 주민 다수는 어업에 종사한다. 유일한 항구인 선진항에는 조업을 마친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바다에서 돌아온 주민들의 일상이 이어진다.

대청도에는 ‘한국의 사하라사막’으로 불리는 옥죽동 해안사구가 있다. 바닷가 모래가 강한 바람을 타고 육지로 옮겨지며 형성된 모래언덕으로 길이는 약 1.6km, 폭은 약 600m에 이른다. 과거에는 모래가 마을까지 날아들어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주민들은 사구 일대에 나무를 심어 모래를 막았고, 오늘날에는 방풍림과 모래언덕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생홍어 한상, 대청도 여름 바다가 내어준 별미
대청도는 국내 홍어 생산량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홍어의 고장이다. 수온이 낮은 앞바다에 여름철 홍어가 모이며, 주민들은 갓 잡은 홍어를 회로 즐긴다. 삭힌 홍어와 다른 신선한 생홍어의 맛, 홍어애회는 대청도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서응택 씨와 정지영 씨 부부는 45년 넘게 생홍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충남 보령 출신인 정지영 씨는 남편을 따라 대청도에 들어온 뒤 낯선 섬살이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곁을 지킨 남편과 함께 삶의 터전을 가꿨다. 부부는 다음 생에도 다시 만나 여행을 다니며 즐겁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해병 할머니의 기억
대청도에는 평생 해병대를 살뜰히 돌본 고 이선비 할머니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해병 할머니’로 불린 그는 1970년대부터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장병들의 옷을 수선하고 따뜻한 밥을 챙겼다. 13년 전 세상을 떠났을 때 해병대 장병들이 상여를 메고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서풍받이길 초입에는 ‘해병 할머니 여기 잠들다’라는 비문이 새겨진 묘비가 있다. 아들 김형진 씨는 7년 전 대청도로 돌아와 해양쓰레기를 화분으로 만드는 일을 하며 어머니가 사랑한 섬을 지키고 있다.

선장 부부의 우럭백숙
이어 30년 차 선장 배복봉 씨와 아내 윤성난 씨를 만난다. 남편이 대청도 바다에서 잡은 우럭과 장어는 곧장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옮겨진다. 이날 밥상에는 맑고 뽀얀 우럭백숙과 우럭구이가 오른다. 여러 사업의 어려움 뒤 섬에 정착한 남편과 식당을 지켜온 아내는 굴곡진 세월을 함께 견뎌왔다. 서로에게 정박지가 된 부부의 이야기가 바다 내음 가득한 한 상과 어우러진다.

심청각과 연꽃마을, 굴메밀칼국수, 하늬해변 점박이물범, 옥죽동 해안사구, 생홍어와 우럭백숙까지 자연과 사람들의 삶이 이어진다. 거센 파도와 바람을 견디며 섬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여름 섬의 깊은 매력을 전한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383회 ‘여름 섬 기획 2부작 백령도 – 2부. 찬란하다, 생명의 섬’ 방송시간은 22일 밤 7시 10분이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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