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한바퀴’가 수원시 영통구의 광교호수공원과 영흥수목원, 수제 도넛집, 25년 수선집, 광교산 아래 해물파전·손수제비 식당, 광교 법조타운 팥 카페를 찾는다. 도심의 빠른 일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행복을 가꾸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수원 동쪽에 자리한 영통구는 용인·화성과 이웃하며 첨단 산업과 교육의 중심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아파트와 상가, 업무 공간이 들어선 도시의 풍경 뒤에는 오랜 시간 동네를 지키며 주민들과 기쁨과 어려움을 나눠온 사람들이 있다. 이번 여정은 세련된 도시의 얼굴과 그 안에 쌓인 생활의 시간을 함께 살핀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393회는 ‘행복 곁에 산다 – 수원특례시 영통구’ 편이다. 이만기는 호숫가에서 훈련하는 씨름 선수들을 만나고, 공원에서 훌라를 추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 주민의 이야기를 듣는다. 기술과 정성으로 자기 일을 이어가는 상인들도 차례로 찾아간다.
하루 500개의 도넛에 마음을 쏟는 부부와 남은 천으로 아기 드레스를 만드는 수선집 모녀, 두 어머니를 모시며 식당을 꾸려온 부부가 이번 여행의 주인공이다. 거창한 성취보다 매일의 자리에서 발견한 보람과 즐거움이 영통구의 풍경을 채운다.

호숫가에서 만난 수원특례시청 씨름단
여정은 광교호수공원에서 출발한다.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를 중심으로 조성한 공원에는 총 6.5㎞의 순환 보행로가 이어진다. 도심의 건물과 물가의 자연이 나란히 펼쳐지는 길에서 주민들은 산책하고 운동하며 하루의 여유를 찾는다.
이만기는 이곳에서 야외훈련 중인 수원특례시청 씨름단을 만난다. 전국체전을 앞둔 선수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몸을 단련하고 있다. 익숙한 씨름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마주한 그는 선배로서 응원의 말을 건네며 활기차게 동네 한 바퀴를 시작한다.

호수공원은 누군가에게는 산책길이고, 누군가에게는 목표를 향해 준비하는 훈련장이다. 같은 공간에서도 저마다 다른 하루가 이어진다. 선수들의 힘찬 움직임과 호숫가의 차분한 풍경이 어우러지며 영통구 여행의 첫 장면을 만든다.

한효진 강사가 춤으로 다시 만난 자신의 삶
주요 법률기관이 모인 광교 법조타운 가까이에는 초록빛 광교중앙공원이 있다. 이곳 잔디 위에서 한효진 강사와 단원들이 화려한 옷과 꽃목걸이를 착용하고 훌라를 춘다. 햇살 아래 이어지는 손짓과 몸짓이 도심 공원에 다른 분위기를 더한다.
효진 씨는 어려서부터 음악과 체육, 미술 같은 예체능 활동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부에 전념해 교원대학교를 졸업했고 국회 비서관으로 일했다. 결혼과 출산 이후에는 일을 그만두고 가정을 돌보는 생활을 이어갔다.

아이들이 성장한 뒤 효진 씨는 집에서 자신의 역할마저 줄어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우울한 시기를 보내던 중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았고, 우연히 본 영화가 훌라를 만나는 계기가 됐다. 이전에는 멀게만 느꼈던 춤이 새로운 일상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효진 씨는 훌라를 배우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지금은 단원들과 함께 춤을 나누는 강사로 인생 2막을 살아간다. 방송은 잔디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과 함께 한 사람이 자신의 즐거움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담는다.

오전 9시 문 열어 한 시간 만에 팔리는 500개
오전 9시에 문을 열지만 한 시간 만에 한정 수량이 팔리는 도넛집도 찾아간다. 박현민·마현정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이다. 현민 씨는 한번 시작하면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4년 전 자신의 기술로 무언가 해내겠다는 결심과 함께 도넛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독학으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완성한 메뉴는 24종이다. 비법의 반죽 물로 쫄깃하면서 폭신한 식감을 내고, 토핑도 넉넉하게 올린다. 하나만 먹어도 든든한 도넛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반죽과 재료 선택에 담겨 있다.

가게는 1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제는 새벽 6시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는 풍경이 펼쳐진다. 더 많이 만들어 팔라는 이야기도 듣지만, 현민 씨는 매일 새벽 4시부터 정성을 다해 만들 수 있는 수량이 500개라고 설명한다.
아내 현정 씨는 판매량을 늘리는 일보다 변함없는 맛에 집중하는 남편을 자랑스러워한다. 부부의 목표는 수원에서 나아가 전국에서 인정받는 도넛을 만드는 것이다. 이만기는 집념과 노력으로 하루를 채우는 두 사람에게 천하장사의 기운을 담아 응원을 보낸다.

25년 기술에 딸의 새로운 꿈을 더한 모녀
망포동의 한 아파트 지하상가에는 25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는 수선집이 있다. 사장 김기현 씨는 아파트 입주 때부터 간판도 없이 일을 시작했다. 한때 수선 기술로 미국에 진출하는 꿈을 품었지만 끝내 이루지는 못했다.
6개월 전에는 통계학을 전공한 딸 김소희 씨가 가게에 합류했다. 엄마가 이루지 못한 꿈에 함께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이었다. 이전까지 걸어온 길과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한 딸에게 어머니는 오랜 경험과 기술을 하나씩 전하며 힘을 보탰다.

모녀는 올여름부터 수선하고 남은 천으로 아이들의 백일·돌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익숙한 옷을 고치는 일에서 새로운 옷을 완성하는 일로 작업의 폭을 넓힌 것이다. 어머니의 손기술과 딸의 도전이 같은 작업대 위에서 만난다.
기현 씨와 소희 씨는 엄마와 딸이면서 서로의 일을 돕는 동료가 됐다. 두 사람이 만든 작은 옷을 살펴보던 이만기는 세쌍둥이 손주를 떠올린다. 오래된 수선집에서 시작한 새로운 꿈과 가족을 향한 마음이 한 장면에 담긴다.

아파트 사이에서 만나는 14만 6천㎡의 초록빛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자리한 영흥수목원에서도 걸음을 늦춘다. 기존의 논과 저수지, 산림 지형과 생태 환경을 최대한 살려 조성한 공간으로 2023년 5월 문을 열었다. 주거 공간 가까이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영통구의 쉼터이다.
14만 6천㎡ 규모의 수목원에는 1,282종의 식물이 심겨 있다. 계절마다 표정을 달리하는 정원들이 이어져 천천히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다. 이만기도 바쁜 도심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 나무와 식물이 만든 길을 걷는다.

수목원에서 눈길을 끄는 공간 중 하나는 한반도 16도의 토종 벼를 한자리에 모은 논 정원이다. 정원을 감상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근대 과학 농업 연구와 식량 증산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장소이다.
과거 논이 있던 지형을 살린 공간에 다시 벼가 자라는 풍경은 도시의 이전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새롭게 조성한 정원과 땅에 남은 시간이 함께 이어지는 셈이다. 방송은 아파트 사이의 수목원을 걸으며 영통구가 품은 또 다른 얼굴을 살핀다.

25년 식당을 지켜온 김은경 씨의 손맛
광교저수지 둘레길인 광교마루길을 지나 광교산 아래로 향한다. 가을이면 단풍을 보러 오는 사람들과 등산객이 찾는 길목에 25년째 운영 중인 식당이 있다. 김은경 씨가 지켜온 가게의 대표 메뉴는 돌판 해물파전과 손수제비이다.
해물파전은 대파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돌판에 지져 먹는다. 손수제비는 직접 반죽해 집에서 먹는 듯한 맛을 낸다. 산을 찾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며 쉬어 가는 공간에 오랜 세월 쌓인 사장님의 손맛이 남아 있다.

은경 씨는 IMF 당시 운영하던 피아노 학원을 접고 처음으로 식당 일에 나섰다. 남편 지태복 씨가 지은 집의 1층에는 식당을, 2층에는 살림집을 마련했다. 두 공간을 오가며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홀로 식당을 운영해 왔다.
남편은 직접 그린 그림과 취미로 모은 LP로 가게를 꾸미며 아내를 향한 마음을 표현한다. 부모님을 봉양하고 장사하느라 여행 한번 다녀오지 못했다는 부부이다. 태복 씨는 불평 없이 가족을 돌봐온 아내의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강풍에 쓰러진 뒤에도 이어지는 마을의 기억
아파트와 상가가 늘어선 영통동의 한 공원에는 밑동만 남은 느티나무가 있다. 평생 동네에서 살아온 주민 오이환 씨는 추정 수령이 500년을 넘는 이 나무가 오랫동안 마을의 그늘이자 놀이터였다고 이야기한다.
논밭이 있던 시절부터 아파트가 들어선 뒤까지 나무는 주민들의 일상을 지켜봤다. 하지만 2018년 강풍에 쓰러지면서 울창했던 모습은 사라졌다. 오랫동안 마을을 지키던 나무를 잃은 주민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느티나무의 이야기는 쓰러진 자리에서 끝나지 않았다. 나무에서 떨어진 씨앗이 스스로 싹을 틔웠고, 후계목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어린 나무들을 보며 다시 희망을 품었다.
주변 풍경은 논밭에서 아파트와 상가로 달라졌지만 나무를 둘러싼 기억은 남았다. 원래의 나무와 그 뒤를 잇는 새 나무들이 동네의 과거와 오늘을 연결한다. 이만기는 주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개발된 도시 안에도 오래된 추억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80세 어머니와 딸이 함께 만드는 단팥죽
광교 법조타운 카페거리에는 거리가 자갈밭이던 시절부터 자리를 지킨 모녀의 카페가 있다. 80세 어머니 김희정 씨와 딸 조순영 씨가 13년째 손발을 맞춰 운영하는 곳이다. 개성 있는 식당과 카페가 들어선 거리에서 오랫동안 손님을 맞아왔다.
대표 메뉴는 국산 팥으로 끓이는 경상도식 단팥죽이다. 팥알이 씹히는 식감에 위에 올린 호두 정과가 별미를 더한다. 어머니가 단팥죽과 호두 정과를 만들고, 딸은 팥 라테를 비롯한 음료와 빵을 맡는다. 모녀의 역할이 한 상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모녀는 20년 전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와 가족과 한과 제조공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순영 씨의 남동생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사업도 정리하게 됐다. 두 사람은 먼저 떠난 가족의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으로 카페를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카페 운영은 쉽지 않았다. 위기를 겪을 때마다 손님들이 의자와 테이블, 커피머신 등 도움이 될 물건을 가져다주며 힘을 보탰다. 모녀는 그 마음 덕분에 가게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제 카페는 음료와 음식을 나누는 곳이자 이웃과 함께 만들어온 사랑방이 됐다.

이번 여행은 호수와 공원, 수목원이 어우러진 도시의 풍경에서 출발해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간다. 춤으로 자신을 되찾은 강사와 정해진 수량에 정성을 다하는 도넛집 부부, 새로운 옷을 만들며 같은 꿈을 꾸는 수선집 모녀가 각자의 행복을 들려준다. 광교산 아래 식당에는 부모님을 모셔온 부부의 시간이 담겨 있고, 팥 카페에는 어려울 때 손을 내민 손님들의 정이 남아 있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어린 후계목도 세대를 이어 동네를 지킨다. 자신만의 시기에 꽃을 피우며 살아가는 영통구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393회 ‘행복 곁에 산다 – 수원특례시 영통구’ 편 방송시간은 2026년 11월 7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이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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