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3일간 감춰진 진실… 옥탑방에서 드러난 비극
7월 5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1450회에서는 ‘5803일, 옥탑방의 비밀 – 거제 시멘트 암매장 살인 사건’을 조명하며, 무려 16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묻혀 있던 한 여성의 사망 사건을 깊이 있게 파헤친다. 거제의 한 빌라 옥탑방에서 시작된 의문의 누수 공사 중 발견된 시신, 그 안에 감춰진 이야기는 충격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비 오는 날, 시멘트 틈에서 발견된 여행 가방
사건의 발단은 2023년 8월 말, 늦여름 폭우가 거제의 한 빌라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시작됐다. 아래층 세입자가 누수를 호소하며 옥탑방 수리를 요청했고, 공사 인부들은 방 안쪽 벽면에 붙어 있던 이상한 시멘트 구조물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너진 시멘트 틈에서 작은 여행용 가방 하나가 드러났고, 곧 경찰이 급히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신과 함께 8년을 살아간 남자
더 큰 충격은 범인의 정체였다. 놀랍게도 그 옥탑방에는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무려 8년 동안 남성 한 명이 거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바로 피해자 정소연 씨와 당시 동거 중이었던 김모 씨였다. 2008년 정소연 씨의 실종 직후에도 그는 줄곧 “소연 씨가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다”고 주장했고, 주변 사람들도 이를 믿어왔다.
하지만 김 씨는 실종 사건 이후에도 옥탑방에서 살아가며, 시신이 담긴 여행 가방과 함께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2016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며 옥탑방을 비웠고, 이후 그 방은 여러 차례 세입자가 바뀌었지만 시멘트로 덮인 시신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돼 왔다.
“뚝배기 뚜껑으로 가격했다”… 김 씨의 진술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충격적인 진술을 내놓았다. 그는 낚시를 마치고 귀가한 날, 정소연 씨가 속옷 차림으로 다른 남성과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격분한 그는 말다툼 끝에 부엌에 있던 뚝배기 뚜껑으로 소연 씨의 얼굴을 가격했고, 이로 인해 그녀가 숨지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해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며, 이후 죄책감에 시신을 처리하지 못하고 함께 살아왔다는 해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진술에 대해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박했다.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으면 뭐한다고 집에 온다고 이야기하겠습니까. 죽인 사람이 혼자 씨불이고 있는데….”라는 소연 씨 가족의 말처럼, 정소연 씨는 부산으로 돌아오겠다는 마지막 연락을 남긴 채 자취를 감췄으며, 계획된 범행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4년형, 정의는 이뤄졌는가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검찰은 김 씨의 진술을 토대로 그를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김 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시멘트에 봉인된 채 유기됐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많은 이들은 이 형량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김 씨는 검거 당시 마약을 투약한 상태였으며, 자신이 마약에 중독된 이유도 정소연 씨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아니면 죄책감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일까. 방송은 김 씨의 인물 분석을 통해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어떤 방식으로 진실을 왜곡해 왔는지를 추적한다.
시멘트에 묻힌 진실, 그날 옥탑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제작진은 피해자 정소연 씨의 삶과 그녀가 겪어야 했던 비극, 그리고 김 씨와의 관계 속에서 벌어진 갈등을 다각도로 조명할 예정이다. 과연 그날 옥탑방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김 씨의 진술 속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수년 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이 사건의 또 다른 퍼즐은 무엇인지 추적한다.
이번 방송은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진실을 밝히는 여정으로 주목된다. 시신과 함께 8년을 살아간 김 씨의 심리와 일상,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우발적 범행’과 실제 정황 사이의 간극을 통해 범죄자의 진짜 얼굴을 조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정소연 씨가 왜 그렇게 오랜 시간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실종되었고, 어떻게 그 존재마저 은폐될 수 있었는지를 밝혀냄으로써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시스템의 허점을 돌아보게 만들 것이다. 방송 말미에는 아직도 의문으로 남은 진술의 허위 여부, 그리고 정의로운 처벌이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피해자의 억울함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에 진정성 있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0월 경상남도 거제시의 한 원룸에서 40대 남성 김모씨가 동거하던 30대 여성 정소연 씨(가명)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원룸 옥탑방의 베란다 바닥에 벽돌과 콘크리트로 은폐한 사건이 16년 만에 드러났다. 2024년 8월 6일 누수 공사를 위해 방문한 인부가 콘크리트를 부수는 과정에서 시신이 담긴 가방을 발견했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김모 씨의 범행이 밝혀졌다. 이후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같은 해 9월 19일, 경남 양산시의 주거지에서 김모 씨를 체포했고, 그는 범행 사실을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피해자 정소연 씨는 가족들과의 연락이 드물어 실종신고가 2011년에야 접수됐으며, 그때도 김모 씨는 “헤어진 뒤 연락이 끊겼다”는 진술을 했고 별다른 단서가 없어 수사는 중단된 바 있다. 김모 씨는 9월 21일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됐으며,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마약 투약 혐의도 확인하고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1450회는 7월 5일 토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