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가 2025년 야심차게 선보이는 특별기획 3부작 다큐멘터리 ‘월드 1945’ 1부 ‘욕망의 검은 피, 석유’에서는 최강대국인 미국이 석유를 통해 세계 질서의 핵심으로 떠오른 과정을 조명했다.
제1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위축된 국민을 선동한 독일의 히틀러는 전쟁을 단행했다. 독일은 항공기와 전차의 기동력에 크게 의존한 전격전 전략으로 승리를 맛봤다. 3~4개월 치의 연료만을 보유한 독일의 석유 부족은 연합군도 눈치챌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전선의 방향은 석유가 정했다.
히틀러는 독일의 연료난을 돌파하기 위해 바쿠 유전을 노리고 소련을 침공했다. 일본은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하며 보르네오와 동남아의 유전지대로 진격, 미국과 전면전에 돌입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참전을 미뤄왔던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공식적으로 참전했다. 미국은 1941년 일본에 석유 수출을 전면 중단했고, 나라 안에서는 석유 배급제를 도입해 연합군의 동력을 끝까지 지켜냈다.
결국 바쿠에 도달하지 못한 독일군은 스탈린그라드에서 좌초했고, 보르네오를 점령한 일본도 미군의 반격 앞에 유류 공급선을 잃었다. 연료 없는 전차는 진격하지 못했고, 항공대는 자살 공격으로 전환됐다. 석유는 이들의 야망을 가능케 한 동력이자 동시에 몰락을 재촉한 치명적인 족쇄였다.
1945년 2월 얄타회담에 참석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그곳에서 소련의 스탈린, 영국의 처칠과 함께 전후 세계 질서를 설계한다. 이후 그는 곧장 귀국하지 않고 수에즈 인근 미 군함으로 향해 사우디 국왕 이븐 사우드와 단독 회담을 가졌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번째이자 은밀한 정상 회담을 위해 루스벨트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루스벨트는 골초였지만 왕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왕을 존중하는 의미로 술도 입에 대지 않았다.
거동조차 힘겨웠던 루스벨트는 약 14000마일이나 되는 무리한 강행군 6주 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바친 생의 마지막 외교에서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사우디는 미국에 석유를 제공하겠다는 협정이 맺어졌다. 결국 석유가 좌우하는 세계에서 미국은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마리스트대학 역사학 교수이자 루스벨트 연구소의 연구원 데이비드 울너는 “루스벨트의 리더십이 남긴 유산은 다양하다. 미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들 간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이 되었고 수많은 나라들과 강력한 유대를 형성했다”며 미국이 석유를 통해 세계 패권의 핵심으로 떠올랐음을 전했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해인 ‘1945년’ 이후 대한민국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세 가지 키워드 석유, 핵, 달러를 중심으로 세계 지배 체제의 형성과 작동 원리를 조명하는 KBS 특별기획 ‘월드 1945’는 17일 ‘2부 죽음의 여정, 핵’, 24일 ‘3부 왕관의 무게, 달러’ 편으로 KBS 1TV에서 일요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된다.
송영원 기자
bnt뉴스 연예팀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