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원더독스의 상대팀인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고희진 감독은 신인 감독 김연경에 대해 “김연경은 누구보다 좋은 감독이 될 재목이다. 특유의 리더십이 있고,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고 극찬했다.

다만 고 감독은 원더독스의 선수 구성에 대해서는 “김연경 감독이 역량을 펼치기에는 조금 약하지 않나 싶다. 좋은 재료가 있어야 요리를 할 수 있지 않나. 박수만 치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눈길을 끌었다.
레드스파크스는 주장 표승주가 FA 미계약으로 은퇴를 선언한 팀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고희진 감독은 옛 제자 표승주에 대해 “표승주가 원더독스에 있다는 건 아주 위협적이다”라면서도 “1년밖에 못 뛰어 아쉽지만 복덩이 선수였고, 팀을 아주 잘 이끌어줬기 때문에 13년 만에 챔피언십에 진출할 수 있었다. 저한테는 고마운 존재”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경기 전날 밤, 김연경은 표승주와 식사 자리를 가졌다. 김연경이 “너 같은 경우에는 약간 생각하지 못했던 은퇴를 했잖아”라고 말하자, 표승주는 “사실 언제 그만둬도 후회는 할 것 같다. 2년 정도 더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긴 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김연경이 원더독스 팀 창단을 언급하자 표승주는 “원더독스에서 명예롭게 은퇴할 수도 있는 거죠”라며 여지를 남겼다. 인터뷰를 통해 표승주는 “사실 15년이라는 배구 세월을 관둔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너무 슬프고 눈물도 나고, 결국 은퇴는 제 선택이었다. 원더독스로 좋은 기회가 생기면 그때는 정말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원특례시청과의 경기에서 원더독스는 2세트를 모두 앞선 상황에서 3세트에 돌입했다. 김연경은 3세트 중간에 투입한 이진에게 중앙 공격을 지시했지만, 이진은 약속된 플레이를 하지 않았고 김연경은 “다시 주라니까!“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연경의 날카로운 지적에 주장 표승주는 “진아, 끝까지 해야 끝나. 약속한 게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라고 다독였다. 이진은 눈물을 보이며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더 잘하려고 여기 온 건데 이게 맞나 싶다. 밖에서는 다 보이는데 들어가면 정신이 없어져서 잘 안된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저한테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실컷 울고 집중해보자 싶었다. 저희 팀원들 믿고 했다. 3세트를 무조건 제 손으로 끝내고 싶었다”며 의지를 다졌다.
다음 경기를 앞두고 수원특례시청 소속의 윤영인, 김나희, 백채림이 해외 경기에 출전하면서 훈련에 공백이 발생했다. 이에 김연경 감독은 직접 코트 안으로 들어와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소화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연경은 선수들을 향해 직접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리고, 공을 받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등 현역 선수 시절 못지않은 열정을 쏟아냈다. 연습 중에도 아쉬운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식빵 언니’라는 별명에 걸맞게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으며 훈련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 폭소를 자아냈다.
수원특례시청을 셧아웃 승리로 제압한 원더독스는 현재 3승 2패로 1승만 거둬도 팀 생존이 확정되는 상황이다. 다음 상대는 V리그 준우승, 코보컵 2회 우승 등의 기록을 보유한 레드스파크스다.
부승관 매니저는 20년간 좋아해 온 팀이라며 “경기가 잡혔다는 걸 듣자마자 제가 20년 팬으로서 봐온 장점과 단점, 어떤 부분에서 우리에게 가능성이 있는지가 떠오르더라. ‘전력부승관’ 느낌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은지의 서브를 주의해야 한다. 서브 1등이다. 작년 원 포인트 서버로 득점을 많이 내서 제 사랑을 가져갔다. 곽선옥의 에너지도 조심해야 한다”며 “레드스파크스는 무너질 때 한순간에 무너진다. 제가 속이 터졌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무너짐을 우리가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부승관이 레드스파크스를 ‘우리 팀’이라고 불러 원더독스의 원성을 사기도 했으나, 이내 정정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김연경 감독은 “상대했던 팀들보다 강한 팀이다. 흥분된다. 기대가 많이 되는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했고,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신인감독 김연경' 8회가 야구 중계 여파로 지연 방송된다.
MBC는 오는 16일 오후 6시 45분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한국과 일본의 2차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이에 따라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10분에 방송되던 '신인감독 김연경'은 이날 평소보다 40분 늦은 오후 9시 50분에 시청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다만 야구 경기 진행 상황에 따라 방송 시간은 유동적이다. 경기가 길어질 경우, '신인감독 김연경'의 방송 시간이 추가로 변경되거나 결방될 가능성도 있다. '신인감독 김연경'은 최근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서 1회 연장을 확정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bnt뉴스 연예팀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