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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의 중년 영화 피렌체⑤] 올해의 끝에서 마주한 나

김민주 기자
2025-12-28 1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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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에서, 자신을 만난다.


연말은 중년에게 조금 다른 시간이다. 더 잘 살아야 한다는 다짐보다,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피렌체는 그런 연말과 닮아 있다. 이 영화는 평가하지도, 앞을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저 한 해를 건너온 자신을 조용히 비춘다.

김민종이 연기한 인물은 삶을 결론내리려 하지 않는다. 멈춰 서서 지금의 자신을 바라볼 뿐이다. 잘했는지 못했는지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가만히 받아들인다. 그 태도가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관객은 이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올해의 선택들, 놓쳐버린 순간들,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마음들. 잘 살았는지보다, 버텨왔다는 그 모든 것들이 한 장면처럼 스친다. 이 영화가 전하는 중년의 시간은 후회가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다.

중년에게 연말은 새로운 다짐보다, 남아 있는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피렌체 속 인물 역시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의 감정에 조용히 머문다. 조용한 김민종의 시선이 관객의 마음에도 그대로 옮겨온다.

피렌체는 이 연말연초에, 혼자 극장에 앉아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영화다. 누군가와 나누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과 잠시 마주하기 위한 시간이다. 누구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올해를 견뎌온 나 자신을 위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조용한 극장에 앉아,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된다.

잘 살았는지 묻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해주는 영화다. 연말에,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극장에 앉아도 괜찮은 이유다. 피렌체는 그 시간을 말없이 함께한다. 그래서 말하지 않기에 오래 남는 위로가 된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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