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동반 하락,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3.87% 급락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은 가격이 하루 만에 30%가 넘게 폭락하며 46년 만에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꺾이면서 은을 비롯한 귀금속과 산업금속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됐다.
금 현물 가격도 9.5% 급락한 온스당 4883.62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5500달러를 돌파하며 5594.82달러까지 고점을 경신한 지 하루 만의 급락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4745.10달러로 11.4% 하락 마감했다.
은 가격 폭락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부터 은 가격이 급등한 핵심 요인은 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 전망이었다. 은은 구리와 함께 전력 설비 등 다양한 산업 시설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원자재로, AI 데이터센터 구축 붐이 은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4분기 클라우드 부문에서 시장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AI 설비 투자를 지속하려면 다른 사업 부문의 실적이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투자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밀러타박의 맷 말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은은 최근 데이 트레이더와 단기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자산이었다”며 “은 거래에 레버리지가 누적돼 있었는데 오늘 폭락으로 마진콜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값 폭락이 AI 인프라 기대감 붕괴 신호로 해석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87% 급락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중 브로드컴을 제외한 모든 종목이 약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장비업체 KLA는 실적 둔화 전망까지 겹치며 15% 이상 폭락했고, 마이크론테크놀러지(-4.80%), AMD(-6.13%), 램리서치(-5.93%)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귀금속 가격 급락의 여파는 광산 업종에도 직격탄을 안겼다. 세계 최대 금 채굴 업체인 뉴몬트의 주가는 11% 넘게 급락했고, 주요 구리 채굴 업체인 프리포트맥모란도 7% 이상, 리튬 채굴 업체 앨버메일은 5% 넘게 각각 하락했다.
금·은 가격 급락 여파로 백금(-19.18%)과 팔라듐(-15.7%) 등 다른 귀금속도 동반 급락했다.
이날 증시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워시는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와 시장 개입 자제를 주장해온 매파 성향 인사로 알려져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84.7%로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0.56포인트(3.32%) 오른 17.44를 기록해 투자 심리 위축을 시사했다.
업종별로는 소재와 기술 섹터가 1% 이상 하락한 반면, 필수소비재 업종은 1.35% 상승하며 방어적 성격을 나타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1.55% 하락했다.
※ 이 기사는 투자 판단을 위한 참고용이며, 투자 결정은 본인의 책임입니다.
서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