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에서 삶으로 이어진 시간.
누군가는 고향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오래 보지 못한 얼굴을 생각한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바라본다.
명절은 늘 앞으로 가기보다 잠시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다.
앞으로 가던 시간보다 지나온 시간이 먼저 떠오르는 순간. 오래 보지 못한 얼굴들, 문득 마음에 머무는 기억들.
설이라는 시간은 우리를 다시 출발선에 세우기보다 지금 서 있는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젊은 날에는 앞으로 가는 일에 익숙했고,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하지만 중년이 되면 어디까지 왔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걸어왔는가를 떠올리게 된다.
그때는 우연이라 여겼던 만남들, 스쳐 지나갔다고 생각했던 인연들, 그리고 마음 한편에 조용히 남아 있던 시간들.
돌아보면 삶은 특별한 사건보다 작은 기억들이 이어져 만들어진 길에 가깝다.
그래서 명절은 새로운 결심을 말하기보다 지나온 삶을 이해하게 만드는 시간에 가깝다.
영화 피렌체가 중년에게 건네는 시선도 닮아 있다. 속도를 재촉하지 않고, 지금의 삶을 조용히 바라보게 만든다.
어쩌면 중년에게 설은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이해 위에서 비로소 다음 걸음을 생각하게 된다.
삶의 먼 길은 결국 그렇게 이어진다. 특별한 결심이 아니라 조용히 돌아본 시간 위에서.
설이라는 시간은 우리를 다시 출발선에 세우기보다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천천히 바라보게 한다. 끝이 아니라 다시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시간.
그 시간이 쌓여 또 한 해의 얼굴을 만든다. 작은 우연마저 마음에 머무는 한 해 되길 바라며.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