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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못 막은 트럼프 관세…“위법? 더 센 걸로 간다”

서정민 기자
2026-02-24 06: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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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못 막은 트럼프 관세…“위법? 더 센 걸로 간다”(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체 관세 카드를 연달아 꺼내들며 글로벌 무역 질서를 다시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세금을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결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을 근거로 도입한 광범위한 상호관세를 전면 무효화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판결 당일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이를 15%로 올리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무역법 122조는 미국 대통령이 국제수지 적자 해소 등을 이유로 별도 조사 없이 최대 150일간 관세를 발동할 수 있는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어떤 나라든 대법원의 터무니없는 결정으로 장난을 치려 한다면, 그들이 최근에 동의했던 것보다 더 높은 관세와 그보다 더 나쁜 것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구매자 주의!!!(BUYER BEWARE!!!)“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기존 무역 합의를 판결을 빌미로 번복하려 할 경우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는 노골적인 압박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CNN 인터뷰에서 “122조는 영구적 조치가 아닌 일종의 가교 역할”이라며 “그 기간 232조와 301조 관세 조사가 완료되면, 5개월 후에는 기존과 동일한 관세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법 판결의 정책적 타격을 150일의 임시 관세 기간을 이용해 만회하겠다는 전략을 사실상 공개한 셈이다.

이번 판결은 IEEPA에만 해당되며,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232조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이며,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관세를 허용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이 두 법을 활용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과 브라질에 대해 이미 301조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대부분의 주요 교역국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권한은 이미 여러 형태로 오래전에 획득됐다”며 의회를 거치지 않고 직권으로 관세를 강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관세 협상을 타결한 한국의 경우, 이번 판결에 따른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효가 된 15% 상호관세를 15% 글로벌 관세가 사실상 대체하면서 현행 관세 수준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세 혼란은 금융시장에도 즉각 반영됐다. 23일 뉴욕증시에서 다우 평균은 1.7%, S&P500은 1%, 나스닥은 1.1% 하락했다. 여기에 AI 자동화로 미국 실업률이 2028년까지 10%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시트리니 리서치의 보고서와 앤스로픽의 신형 AI 모델 ‘클로드’ 발표 여파가 겹치면서 IBM이 13.2%, 마이크로소프트 3.2%, 크라우드스트라이크 9.9% 급락했다. 블룸버그는 “AI 불안이 지속되는 관세 불확실성과 결합해 주식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국채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가격이 올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6%포인트 내린 4.03%, 2년물은 0.04%포인트 하락한 3.44%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4.2% 이상 떨어진 개당 6만4,526달러에 거래됐다.

뉴욕 원유 시장은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은 0.26% 하락한 배럴당 66.31달러를 기록했다. 미 합참의장 댄 케인이 이란에 대한 장기 군사 작전에 회의적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와, 미·이란 3차 핵 협상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것이라는 소식이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을 낮췄다.

새로운 15% 글로벌 단일 관세 체제 아래 수혜 여부는 국가별로 엇갈린다. 세계무역경보(GTA)에 따르면 브라질과 중국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모건스탠리는 15% 일괄 관세가 중국산 제품에는 약 7%포인트, 베트남산 제품에는 약 3%포인트의 관세 인하 효과를 가져온다고 추산했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