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세를 찾아가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변동성 확대 국면에 놓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외환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지난 2월 27일 정규장을 전일 대비 13.9원(0.97%) 오른 1439.7원에 마감했다. 야간 거래에서 소폭 더 오르며 144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말 사이 상황이 급반전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에 대대적인 합동 공습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했다. 이란 정부가 1일(현지시간) 사망을 공식 확인하면서 금융시장은 다시 중동발 충격에 긴장하고 있다. 같은 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97.900으로 전장 대비 0.257% 올랐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하메네이 사망 자체보다 이후 중동 정세의 전개 방향에 쏠려 있다.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을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면서, 수백 척의 선박이 주변에 정박한 채 이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등 글로벌 주요 선사도 이미 호르무즈 해협 운항 중단을 발표했다.
유가는 이미 출렁이기 시작했다. 장외 거래에서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약 10% 상승했고, 브렌트유는 70달러 선까지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WTI는 67달러대, 브렌트유는 72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유가 급등은 원·달러 환율에도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한다. 중동 리스크 확대 시 달러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성상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환율 변동성은 한층 커질 수 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이란 공습 및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으로 이란 정국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됐다”며 “이란 후계 구도 움직임과 보복, 국제유가 및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직후 중동 리스크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면서, 3일 개장하는 국내 증시 역시 유가 방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과거 사례가 참고가 된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 당시 석유 인프라 피해가 없어 국내 증시는 오히려 상승했다. 반면 2022년 러·우 전쟁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으며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에서 5.25%까지 끌어올렸고 나스닥은 그해에만 33% 하락했다.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대에 진입할 수 있고, 이 경우 금리 인상 논의가 재점화되며 기술주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할 경우 원유와 금융시장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고,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유가가 66달러 수준에서 추가 하락하지 않으면, 유가의 미국 물가상승률 기여도가 2분기부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짚었다.
업종별로는 차별화 대응이 요구된다. 정유·에너지·방산주는 단기 수혜주로 거론되는 반면, 항공·해운·화학 등 유가 비용 민감 업종은 원가 부담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반도체는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수혜 가능성이 있지만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가격 조정 위험도 상존한다.
이번 사태는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에도 시험대가 됐다는 평가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 시 달러는 통상 강세를 보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달러의 안전자산 매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BCA리서치의 마르코 파피치 수석 전략가는 “달러가 강하게 반등하지 못한다면 이는 중기적으로 달러 약세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작전이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란의 새 지도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2월 수출액은 674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9% 증가하며 2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대내 펀더멘털은 양호한 상황이다.
결국 원·달러 환율을 비롯한 국내 금융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이란의 보복 대응 수위, 유가 흐름이라는 세 가지 변수에 당분간 예민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긴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정된다면 시장 충격은 단기 변동성에 그치겠지만, 확전과 해협 봉쇄 장기화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환율·증시가 동반 충격을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