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은 아예 한국을 떠났다. 정몽규 회장도 자취를 감췄다.
끝까지 비겁한 모습은 한국축구가 이렇게 추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출국길에 올랐다.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은 누가 봐도 몰래 출국하려는 이의 모습이었다.
공항에 있던 한 방송사 취재진에 잡혀 짧은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출국 사실이 결국 알려졌다.
그는 사퇴 입장만 멕시코 현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했을 뿐, 이후 월드컵 관련 공식 입장을 낸 적이 없다. 지난달 30일 귀국길에서도 팬들의 거센 비판에 고개 한번 숙이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침묵 속에 내분설이나 손흥민(LAFC)과의 갈등설 등 각종 루머만 번지고 있다.
이재성(마인츠05)의 남아공전 결장 배경을 두고도 억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홍 감독만 몰래 출국길에 오른 셈이다. 그가 향한 미국 LA에는 가족이 거주 중이며, 측근에게 당분간 귀국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홍 전 감독은 2일(현지시간) 오후 LA 국제공항 톰 브래들리 국제선 터미널로 입국했는데, 일반 통로가 아닌 유료 VIP 전용 통로 'PS(Private Suite) 다이렉트'를 이용해 대중 노출을 완전히 차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내려온 야인 신분임에도 수백만 원을 들여 언론과의 접촉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월드컵 탈락 과정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예고한 시점이라, 핵심 피조사자의 이런 행보는 책임 회피성 논란을 키울 전망이다.
홍 전 감독은 앞서 지난달 30일 새벽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입국한 뒤 약 이틀간 자택 등에 머물다 다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 역시 자취를 감췄다. 홍명보 감독 선임과 한국축구 후퇴의 중심 인물인 만큼 가장 먼저 고개를 숙여야 할 상황이지만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월드컵을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아직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 여전히 축구협회 수장 자리에 있다.
월드컵 내내 대표팀과 동행했던 정 회장이지만 32강 탈락 직후부터는 존재감이 사라졌다. 대회 부진에 대한 사과도, 대표팀 귀국 시 가장 먼저 입국장에 나선 것도 정 회장이 아닌 박항서 월드컵지원단장 겸 부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대표팀이 모두 빠져나간 뒤에야 슬그머니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 많은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과 '개껌 투척' 상황까지 마주했다.
대표팀과 항공편이 달랐다는 설명이 나왔지만, 만약 성적이 좋았다면 정 회장이 과연 홀로 다른 항공편으로 슬그머니 입국했을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3일 축구협회 차원의 첫 공식입장이 나왔을 때도 정몽규 회장의 이름은 빠졌다. 축구협회는 '축구팬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기대와 다른 결과로 실망을 드린 점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누구 명의의 입장문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40년 만의 올림픽 진출 실패 등 한국축구를 둘러싼 각종 참사 때도 정 회장은 좀처럼 나서서 사과하거나 책임지기보다 늘 숨기 바빴다. 리더들부터 비겁했던 한국축구의 추락은 애초에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온라인상에서는 두 사람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미국으로 도망치냐"거나 "야반도주 수준"이라는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문체부 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회장의 책임 회피성 행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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