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알쓸별잡: 지중해’ 문어는 다리에도 뇌가 있다?

한효주 기자
2025-04-15 14:11:16
예능 ‘알쓸별잡: 지중해’ (제공: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가 심해 생물부터 뇌 과학, 자아와 영혼, 김대건 신부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지적 항해를 펼쳤다.

지난 14일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 (이하 ‘알쓸별잡: 지중해’) 3회에서는 바다에 대한 유익한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물리학자 김상욱은 “지구가 사과라면 바다는 그 위에 한 방울 떨어진 물에 불과하다”고 비유하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바다는 여전히 인류에게 미지의 공간으로 남은 이유는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인간의 탐사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 심해어가 괴상한 이유도 바로 이 압력 때문이다. 육상 동물은 사방에서 받는 기압 때문에 원통형을 띄고 있다. 하지만 심해어는 이 구조로는 압력을 버틸 수 없어 구멍이 숭숭 뚫려 있거나 뼈대만 있는 독특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그래서인지 SF 괴수 디자인의 모티브는 종종 심해 생명체에서 비롯된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존재는 바로 문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하는 ‘크라켄’은 물론 ‘우주전쟁’의 외계인이나 ‘컨택트’의 지성체도 모두 문어에서 착안한 형태다.

서양에서 바다 괴물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문어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순간도 있다. 한 영화감독이 남아프리카 바다에서 특별한 문어를 만나 경계에서 교감, 우정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문어는 돌고래 다음으로 두 번째로 똑똑한 바다 동물로 알려졌다.

이에 심채경이 “문(文)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은 건가”라며 언어적 유래에 호기심을 드러내자, 김상욱은 “먹물을 뿜으니, 글씨 쓸 때의 먹물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라는 과학적(?) 추정을 덧붙였다. 그러자 윤종신이 “그래서 똑똑한 사람을 먹물이라고 부르나 보다”라는 재치 있는 말로 현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뇌과학자들이 문어를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어는 약 5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쥐의 6배이자 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반적인 연체 동물이 2만 개 이하의 뉴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문어는 사실상 포유류에 가까운 지능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더 놀라운 건 그 뉴런의 60% 이상이 모두 다리에 퍼져 있어, 문어의 여덟 다리는 각각 독립적으로 정보를 감지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인간처럼 뇌가 손발을 지시하는 방식이 아닌, 문어는 다리 자체가 감각 기관이자 의사결정 시스템인 셈이다. 이처럼 다리가 뇌 없이도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습은, 문어에게 자아가 9개, 즉 다리마다 하나씩의 자아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흥미로운 해석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흔히 ‘나’라는 존재가 오감의 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세상을 인식한다고 믿지만, “문어를 보면 사실 우주에는 자아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는 김상욱의 말은 영혼에 대한 담론을 끌어냈다. 유현준은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을 소개하며, 자아란 초월적 실체가 아니라 무수한 추상화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정보 처리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하며 흥미를 자아냈다.

하지만 모두가 “영혼은 없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인 건 아니다. 안희연은 “영혼은 세상 만물에 다 스며 있다고 생각한다”며 “컵은 항상 사람의 손을 기다리는 존재”라는 문학적인 답으로 맞섰다. 그러자 김상욱이 “기다린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반박, 언제 봐도 재미있는 문·이과 티키티카를 만들어냈다.

[충격] 김대호 아나운서 퇴직금 다 써버렸다?! | MBC 아들의 프리랜서 선언 후 달라진 생활 | 타로로 보는 미래 #나혼자산다 #구해줘홈즈 #아나운서

이어진 여행지는 열정의 도시 바르셀로나. 새롭게 합류한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정모는 과학관 관장 경력만 12년에 달하는 ‘털보 관장님’으로, 특유의 유쾌함으로 프로그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날 한동일은 고산자 김정호보다 먼저 조선 전도를 그린 청년 김대건 신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무려 5천km를 걸어 마카오까지 유학을 떠났고, 선교사들을 위해 우리나라 지도를 직접 제작했다. 그 지도에는 ‘Seoul’이라는 표기가 최초로 등장했고, 독도 또한 담겼다.

양반도 노비도, 남자와 여자도 구분 없는 세상을 꿈꾸며 10대에 유학길에 오른 김대건. 그가 지도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건 단순한 지리가 아니라 조선이라는 나라,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사람들의 평등한 세상이었다. 그 뜻은 2023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한국인 최초이자 동양인 최초로 세워진 그의 성상으로 이어졌다. “영예로운 나이는 장수로 결정되지 않고 살아온 햇수로 셈해지지 않는다”는 성경 구절처럼, 그는 짧지만 깊은 궤적을 남긴 인물이었다. tvN ‘알쓸별잡: 지중해’는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10분에 방송된다.

bnt뉴스 연예팀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