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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김현정이 그린 한국의 초상㉘] 인공지능(AI)이 다 찾아주는 시대의 생존법

양지유 기자
2026-08-28 1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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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김현정이 그린 한국의 초상㉘] 인공지능(AI)이 다 찾아주는 시대의 생존법 (김현정, 〈내숭: 숨바꼭질〉, 63 × 90 cm, 한지 위에 수묵과 담채,콜라주, 2013. / 출처: 김현정 아트센터)



검색되는 일이 곧 존재의 증거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한때는 SEO, 검색엔진 최적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름을 검색했을 때 어디에 뜨는지, 어떤 이미지와 함께 노출되는지가 신뢰와 영향력을 좌우했다. 이제는 AEO, 답변엔진 최적화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검색 결과 목록에 오르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답변 안에 어떻게 포함될 것인가가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이 변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꾼다. 사람들은 발견되고 싶어 하면서도 함부로 읽히는 것은 두려워한다.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다시 숏폼 플랫폼으로 SNS를 옮겨 다니며 자신을 보여 주는 방식을 배워 왔지만, 사진은 짧은 영상으로, 긴 글은 요약으로 대체되고, 사유는 빠른 반응 속으로 밀려났다. 정보는 넘치는데 이해는 얕아지고, 연결은 많아졌는데 마음은 더 자주 피로해진다.

〈내숭: 숨바꼭질〉은 바로 그 피로를 붙잡은 작품이다. 화면 속 내숭녀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지만 자세는 격식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바닥에 엎드린 채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손은 노트북 자판 위에 올려 둔다. 전통적인 한복과 현대적인 노트북, 공적인 복식과 사적인 자세가 한 화면 안에서 부딪힌다.

이 장면은 우습지만 낯설지 않다. 바깥에서는 누구나 단정한 얼굴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혼자 있는 방 안에서는 격식이 풀리고, 검색창 앞에서 더 솔직해진다. 궁금한 것을 찾아보고, 누군가의 이름을 검색하고,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키워드를 바꿔 넣는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는다. 정보일 수도, 사람의 마음일 수도, 자기 자신에 대한 답일 수도 있다.

제목이 〈내숭: 숨바꼭질〉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색은 현대인의 숨바꼭질이다. 수많은 광고와 추천 콘텐츠 사이를 헤매며 답을 찾지만, 한 가지 키워드만으로 정확한 답을 얻기 어렵듯 한 가지 모습만으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다. 프로필 사진과 짧은 게시글만으로 타인의 마음을 다 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더 멀어진다.

디지털 환경은 너무 빨리 답을 준다. 몇 초 만에 도착하는 결론은 깊은 이해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오래 품는 힘을 빼앗아 간다. 숏폼에 익숙해진 감각은 결론과 요약을 먼저 요구하고, 긴 맥락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작품 속 노트북은 세상과 연결되는 창이면서 동시에 미로다. 검색 하나를 하면 또 다른 추천이 뜬다. 우리는 정보를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정보와 알고리즘이 우리를 끌고 다닌다. 그렇게 사람은 찾는 주체인 동시에 발견 당하는 대상이 된다.

여기서 ‘내숭’은 더 현대적인 의미를 갖는다. 예전의 내숭이 속마음을 감추는 태도였다면, 지금의 내숭은 많이 보여 주면서도 정작 중요한 것은 숨기는 상태에 가깝다. 한복을 단정히 입었지만 가장 사적인 자세로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는 인물은, 오늘의 우리가 노출과 은둔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사람은 하나의 얼굴로만 살지 않는다. 공개 계정과 비공개 계정, 취향과 역할에 따른 여러 개의 부캐와 부계정이 생긴다. 더 많이 드러내기 위해 계정을 만들지만, 동시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하나 더 만든다. 보여 주기 위해 숨고, 숨기기 위해 보여 주는 구조다.

자녀 사진을 둘러싼 태도도 이 모순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초상권과 사생활을 이유로 노출을 경계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를 인플루언서로 세우기도 한다. 같은 환경 안에서 ‘숨김’과 ‘노출’은 동시에 강화된다.

한복은 이 모순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한복은 고상함과 예절의 이미지를 품고 있지만, 화면 속 인물은 그 옷을 입고 방바닥에 엎드려 있다. 이 어긋남 속에는 겉으로는 단아하지만 속으로는 검색하고 비교하며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과거와 현재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활 안에서 이미 겹쳐져 있다.

재료 또한 주제와 맞닿아 있다. 한지 위에 수묵담채를 기본으로 하고, 한복 부분에는 직접 염색한 얇은 한지를 겹겹이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쓴다. 인물을 그리고 그 위에 한지를 ‘입히는’ 과정은 겉모습과 속마음의 층위를 만든다. 반투명한 치마와 저고리는 완전히 감추지도, 완전히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는 온라인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과 닮았다.

〈내숭: 숨바꼭질〉에서 한지의 층은 마음의 층처럼 느껴진다. 사람을 이해하려면 한 꺼풀씩 들여다보아야 한다. 첫인상과 프로필, 짧은 댓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많이 아는 것과 깊이 이해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는 계속 더 잘 보이라고 요구한다. 검색되어야 하고, 추천되어야 하고, 답변 안에 인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보이는 일이 곧 이해받는 일은 아니다. 이름이 검색된다고 해서 마음까지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많이 보이는 환경 속에서 사람은 더 깊이 숨고 싶어진다.

숨바꼭질은 놀이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 되었다. 이 시대에는 정보 자체가 아니라 넘쳐나는 데이터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 타인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방법, 그리고 노출과 은둔 사이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더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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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김현정이 그린 한국의 초상㉘] 인공지능(AI)이 다 찾아주는 시대의 생존법 (출처: 김현정 아트센터)

한국화가 김현정은 선화예중·예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동양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26년 8월 박사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다. 21세기 풍속도 〈내숭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전시 작품 완판, 6만 7402명의 국내 개인전 최다 관람객 기록 등으로 주목받았다. 작품은 초·중·고 교과서 31종에 수록되어 있으며, 현재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그림에세이 《김현정의 내숭》, 컬러링북 《내숭이야기 컬러링북》, 《한국화를 배우는 시간: 개념편》, 《한국화를 그리는 시간: 실기편》 등이 있다. 미술강연과 강의를 이어가는 교수로서 전통 회화와 동시대 시각문화를 연결하고 있으며, 30만 팔로워와 소통하며 국내외 전시·교육·집필·칼럼을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글_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