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새롭게 돌아온 ‘엘리자벳’, ‘나는 나만의 것’을 외치다 [종합]

허정은 기자
2026-09-11 19: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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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돌아온 ‘엘리자벳’, ‘나는 나만의 것’을 외치다 [종합]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10여 년의 시간을 지나 무대와 의상을 새롭게 바꾼 뮤지컬 ‘엘리자벳’이 여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화려한 황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엘리자벳’이 끝내 이야기하는 것은 황후의 삶보다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지난 8월 16일 서울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의 삶에 초월적 존재인 ‘죽음(Der Tod)’을 더한 독창적인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며 사랑받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012년 초연 이후 이번 시즌까지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무대다. 엘리자벳의 부채를 모티브로 한 거대한 프로시니엄을 중심으로 새로운 무대를 완성했다. 여기에 독수리를 비롯한 상징적 조형물들이 더해져 엘리자벳의 삶과 내면을 공간적으로 재해석하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기존 무대에 있던 엘리자벳의 거대한 초상화는 이번 시즌 사라지고, 대신 화려한 머리장식을 모티프로 한 대형 액자와 드레스 오브제를 배치해 인물을 보다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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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돌아온 ‘엘리자벳’, ‘나는 나만의 것’을 외치다 [종합]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영상과 세트의 변화도 눈에 띈다. 엘리자벳의 유년 시절부터 화려한 왕궁의 정원, 죽음의 등장을 극대화하는 배경 효과까지 대형 영상 스크린을 통해 구현하며 장면마다 시각적 밀도를 높였다.

프란츠 요제프의 집무실과 결혼식장을 채우는 고딕 양식의 돌기둥, ‘새장의 문’이라는 대사와 맞물려 등장하는 엘리자벳의 방 문 역시 규모감 있게 구현됐다. 화려한 황실 안에서 점차 자유를 잃어가는 엘리자벳의 고독과 억압을 무대 곳곳에 담아내며 작품의 비극적인 정서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한다.

의상 역시 이번 시즌의 중요한 볼거리다. ‘죽음과 삶’을 콘셉트로 엘리자벳의 의상만 16벌에 달하며, 시대별 변화에 맞춰 패티코트도 6종을 새롭게 제작했다. 자유를 억압받던 엘리자벳이 점차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의상을 통해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엘리자벳의 곁을 운명처럼 맴도는 초월적 존재 ‘죽음’은 기존의 로맨틱한 이미지를 덜어내고 고딕적인 요소를 더해 절제된 매력을 강조했다. 루케니 역시 배우별 개성을 살린 디자인으로 새롭게 완성해 캐릭터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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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돌아온 ‘엘리자벳’, ‘나는 나만의 것’을 외치다 [종합]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엘리자벳’의 중심에는 언제나 엘리자벳이라는 인물이 있다.

자유분방한 소녀였던 엘리자벳은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청혼으로 황후가 되지만, 궁정의 규율과 시어머니 소피의 통제 속에서 점차 자신의 삶을 잃어간다. 황후라는 이름 아래 끊임없이 역할을 요구받는 그는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기 위해 궁정과 맞선다.

그 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넘버가 ‘나는 나만의 것’이다. 황후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싶다는 엘리자벳의 선언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여기에 ‘죽음’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극이나 황실의 로맨스에 머물지 않는다. 엘리자벳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죽음’은 그녀가 가진 자유에 대한 욕망을 또 다른 방식으로 비춘다. 두 존재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엘리자벳이 처한 현실의 답답함과 삶에 대한 갈망도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나는 나만의 것’, ‘마지막 춤’, ‘밀크’, ‘키치’, ‘그림자는 길어지고’ 등 강렬한 록 사운드와 서정적인 선율을 오가는 넘버 역시 인물들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죽음’과 엘리자벳 사이의 대립과 긴장이 음악을 통해 극적으로 표현되면서 작품 특유의 강렬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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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돌아온 ‘엘리자벳’, ‘나는 나만의 것’을 외치다 [종합] (제공: EMK뮤지컬컴퍼니)

11일 오후 2시 30분 공연에서는 이지수가 엘리자벳, 서경수가 죽음, 노윤이 루케니로 호흡을 맞췄다. 세 배우 모두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만큼 각자가 만들어낸 인물의 색도 또렷했다.

이지수는 자유분방했던 어린 시절의 엘리자벳부터 황실 안에서 점차 자신의 삶을 잃어가는 후반부까지 인물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자유를 갈망하는 엘리자벳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쌓아가며 인물이 겪는 고독과 갈등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서경수는 강렬한 에너지와 무대 장악력을 바탕으로 관능적이면서도 위압적인 ‘죽음’을 선보였다. 엘리자벳과 마주하는 순간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두 인물 사이의 긴장감을 높였다.

노윤은 날카로운 캐릭터 해석과 감정 표현으로 새로운 루케니를 완성했다. 극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안내자이면서 동시에 엘리자벳의 삶에 직접 얽혀 있는 인물의 양면성을 살리며 극에 또 다른 긴장감을 더했다.

결국 ‘엘리자벳’이 보여주는 것은 한 황후의 파란만장한 삶만이 아니다. 황후라는 이름 뒤에서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다. 화려한 황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했던 엘리자벳의 모습은 시대를 넘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새로운 무대와 의상으로 돌아온 여섯 번째 시즌은 익숙한 이야기에 시각적인 변화를 더했다. 하지만 그 중심에 남은 것은 여전히 엘리자벳의 삶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결국 무대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 것은 ‘나는 나만의 것’이라는 그녀의 선언이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는 11월 15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공연된다.

글: 허정은 기자 /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eu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