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하루 만에 19.3% 폭등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500조 원) 클럽에 합류했다.
이를 계기로 S&P500과 나스닥 지수도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시간외 거래에서는 0.7% 추가 상승해 902달러를 기록, 900달러선을 돌파했다. 시가총액은 1조200억 달러로 불어났으며, 지난 1년간 누적 상승률은 무려 859%(약 9.5배)에 달한다.
급등의 직접적 계기는 미국 투자은행 UBS의 파격적인 목표주가 상향 조정이었다. UBS는 기존 535달러였던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1,625달러로 세 배 가까이 높였다.
UBS는 보고서에서 "시장이 마이크론 주식에 보다 정상적인 밸류에이션 배수를 부여하기 시작할 것이며, AI가 메모리 산업에 가져온 구조적 변화가 구체화할수록 재평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메모리 업체를 경기민감 업종이 아닌 AI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재분류한 셈이다. 마이크론은 올해 1분기 60%를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며, 2분기 실적 발표는 7월 1일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급등이 단순한 개별 종목 이벤트가 아니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AI 모델 성능 경쟁이 심화될수록 GPU 성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초고속 메모리와 대규모 전력망·냉각 인프라가 동반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수요 폭증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생성형 AI가 영상·로봇·자율주행·AI 에이전트 시대로 확장되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고, 결국 메모리 병목이 AI 산업 전체 성장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는 이미 데이터센터 증설과 함께 HBM 확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업계에서는 2028년까지 AI 서버용 D램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마이크론 랠리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HBM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재평가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대비 열저항을 30% 이상 낮추는 이 기술은 HBM5 등 차세대 제품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차세대 HBM 시장 확대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한편 앞서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최초로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SK하이닉스도 1조 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이 27일 코스피에 일제히 상장되는 날, 마이크론이 폭등하며 투자 관심을 한층 키웠다.
이 상품들은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로, 상장 규모는 ETF·ETN 합산 4조3,227억 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주가 등락이 반복될수록 원금이 잠식되는 '음의 복리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투자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월가는 이번 마이크론 급등을 AI 산업의 투자축이 GPU·모델 개발에서 메모리·전력·데이터센터 인프라로 이동하는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정민 기자 sjm@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