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와 무대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색으로 다양한 인물을 그려온 배우 예지원이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에서는 통통 튀는 매력을, ‘태종 이방원’에서는 진중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올해 연극 ‘홍도’로 관객들과 만났다.
무대 위에서 다시 만난 ‘홍도’의 의미부터 배우로서 연기를 대하는 자세, 그리고 앞으로의 새로운 도전까지. 예지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화보 촬영 소감
“너무 좋았다. 새로운 작가님과 처음 작업했는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또 이번 촬영에는 순수 이순철 원장님도 함께해 주셨다. 단발부터 긴 머리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함께하며 호흡을 많이 맞춰온 만큼 오늘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
Q. 요즘 근황
Q. 최근 본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영화가 특히 감명 깊었다. 조현병에 관한 이야기인데 흡입력이 엄청나다. 정신질환을 다룬 이야기라 재미있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는 저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시대였다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예전에는 갇혀 살아야 했던 사람이 많았다고 하더라. 또 우리 후세대가 지금의 우리를 본다면 비슷한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다”

Q. 10년 만에 다시 만난 연극 ‘홍도’를 마쳤다. 소회를 들려준다면
Q. ‘홍도’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좋았다. 과거에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 아주 바쁘지 않으면 거의 다 참여했다. 지금은 다들 큰 배우가 됐는데,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참여한 게 대단하다. 그만큼 모두 이 작품에 애정이 있는 것 같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촘촘하게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참여했다는 점이 참 뜻깊었다. 연극 세 작품이 겹치는 배우도 있었다. 다들 참여해줘서 고맙고,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는 표정만 봐도 척척 맞출 수 있을 정도다”
Q. 10년 전과 비교해 ‘홍도’는 어떻게 달라졌나
“예전보다 한층 디테일하고 깊이 있는 연출 노트가 왔다. 덕분에 모두가 조금 더 ‘홍도’에 가까워진 것 같다. 옛날에는 기세와 패기로 용감하게 밀고 나갔다면, 지금은 책임감이 생겼다. 조심스럽지만 연기적인 완성도나 밀도는 훨씬 좋아진 것 같다. 그때는 지금보다 템포가 빠르고 대사와 몸의 움직임도 많았다. 그래서 홍도 자체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제가 홍도로서 마주하는 모든 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더라. 다른 배우들과 연출 선생님이 함께 ‘이 인물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를 두고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시간이 참 좋았다”
Q. 특히 더 잘 이해하게 된 인물이 있다면
“시어머니 역할은 ‘어떻게 이런 악녀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인물도 홍도처럼 열심히 살고 착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아들이 기생과 결혼한다고 하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둘을 갈라놓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혜숙 역시 꽤나 악녀로 등장하지만, 한 번 정혼하면 끝까지 가야 하고 시집을 가면 죽을 때까지 돌아갈 수 없었던 시대적 정서를 생각해 보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결국 그렇게까지 크게 화내고 심한 일을 벌이게 된, 극한으로 몰린 인간의 어두운 면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한 호흡으로 이어가는 연극인 만큼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한 호흡으로 마이크 없이 달리기 때문에 힘들긴 하다. 처음에는 ‘도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고난을 줄까’라는 생각도 했다. 대극장에서 잘 해내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큰 소리를 내며 매일 연습했다. 목이 나가면 큰일이니까 더 신경 쓰게 되더라. 서울 공연은 연속으로 진행돼 그나마 호흡을 맞추기 수월한데, 지방 공연은 일주일에 한 번, 심할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진행되기도 했다. 그래서 각자 틈틈이 개인 연습을 해야 했다. 절대 감으로 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끊임없이 익히면서 지구력을 갖고 해야 한다. 지방 공연은 전날 리허설에 반드시 참여해 의상도 모두 착용하고 직접 무대를 밟아본다. 하도 신어서 고무신이 나중에는 커질 정도였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임했던 기억이 난다”
Q. 방송 연기와 연극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혼자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많이 맞춰봐야 한다. 이렇게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하는 연극은 흔치 않은 편이다. 소리를 쩌렁쩌렁하게 지를수록 묘하게 시원하다. 더 잘 전달되는 것 같고 희열도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이 연극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또 연극은 관객과 함께하기 때문에 그날 어떤 관객을 만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리액션이나 호흡에서 확실히 차이가 있다”
Q. 연기하며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
“다 같이 하나가 될 때, 이 팀이 하나가 돼 쭉 나아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특히 이번 ‘홍도’에서는 마지막에 꽃가루를 뿌리는 장면이 그랬다. 관객들이 카타르시스와 희열을 느끼는 게 보였고, 저 역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감동을 받을 때가 있었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됐다는 감정과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는 안도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잠깐 엄청난 세계에 갔다 온다고 보시면 된다”
Q. 오랜 시간 다양한 역할을 해왔는데, 슬럼프나 고민이 있었나
“너무 많다. 작품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조언도 구해보고 비슷한 작품도 찾아본다. 연출님께 도움을 구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생각한다. 대본도 많이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이 열린다. 다만 가끔 그 시간이 길어질 때도 있다. 그러면 힘들다. 그래도 그걸 놓지 않으면 언젠가 역할이 다시 내 손을 잡아주는 순간이 온다. 그런 순간을 지나고 나면 다음 작품에서는 확실히 무언가 얻는 게 있다. 지치거나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쉽지는 않다”

Q. 그런 의미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홍도’다. 육성으로 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중년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작품이나 캐릭터도 재밌지 않을까 싶다. 중년의 사랑이나 건강 이야기부터 중년 여성의 야망과 커리어, 일에서 따라오는 허무함 등을 다뤄도 의미 있을 것 같다. 특히 영화에 그런 캐릭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세계의 주인’처럼 여자들의 이야기가 더 생기길 바란다. 해외에는 중년이나 그보다 높은 나이대의 이야기가 많은데 국내에는 별로 없어 아쉽다”
Q. 건강 정보 프로그램 ‘이토록 위대한 몸’의 MC로 활약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이 있다면
“물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미지근한 물을 꼭 챙겨 마신다. 수분 보충이 정말 중요하다. 몸에 염증이 없어야 한다. 물론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되고, 적당히 오전에 마셔주는 게 좋다. 몸을 잘 관리하고 공복 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식습관 자체를 개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몸이 보내는 건강 이상 신호를 잘 체크해야 한다”
Q. 평소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편인데, 최근 새롭게 빠진 것이 있나
“요즘 한국무용에 빠져 있다. 승무를 다시 배우는 중이다. ‘홍도’와 영화 때문에 다시 시작했다. 무대에서 조금 더 여성성을 강조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승무를 하게 됐다”
Q. 향후 활동 계획은
“우선 건강 정보 프로그램이 잘되고 있어서 계속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마 영화를 새로 들어갈 것 같다. 마음을 두드리는 감동과 재미가 모두 담긴 휴먼 드라마다. 고군분투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보시면 된다. 인생작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에 의미 있는 역할을 제안 받아서 깜짝 놀랐다. 예술 영화를 계속해 왔는데, 이번 작품은 정말 괜찮다는 느낌이 확 왔다”
Q.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영화를 잘 찍고 싶고 건강도 잘 챙기고 싶다. 가족과 동료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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