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한바퀴’가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의 사양제, 정천면 마조마을, 진안가위박물관, 홍삼 돈가스 식당, 진안홍삼축제 현장, 마이산 카트 체험장, 용담호 쏘가리 매운탕 식당과 백운면 무술 고수의 터전을 찾는다. 고원지대를 터전 삼아 저마다의 인생을 묵직하게 일궈온 이웃들을 만나는 여정이다.
진안은 산맥과 산맥이 맞닿아 이뤄낸 고원지대의 고장이다. 말의 귀를 닮은 마이산의 도도한 봉우리와 맑은 용담호, 가을이면 주황빛으로 물드는 감나무 골짜기가 어우러진다. 태곳적 자연의 신비 속에서 거친 고원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391회는 ‘가을이 오래 머물다 –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편이다. 씨 없는 감을 나누는 마을 주민들과 인삼으로 요리를 내는 부자, 수몰된 고향에서 식당을 연 부부와 자연 속에서 무예를 닦는 은둔 고수를 차례로 만난다.
이번 여정에서 음식과 풍경은 사람들의 묵직한 삶을 들려주는 매개이다. 홍삼 돈가스에는 부자의 인내가, 쏘가리 매운탕 한 상에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담겼다. 호수의 반영과 오두막에는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걸어온 시간이 남아 있다.

마이산, 푸른 호수와 가을빛 속 한 쌍의 봉우리가 빚어낸 첫 풍경
여정은 마이산의 두 봉우리를 오롯이 품은 사양제에서 시작한다. 고원 한가운데 솟아오른 기암괴석이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마이산의 자태를 만나는 곳이다. 잔잔한 수면 위로 산의 능선이 고스란히 비치며 한 폭의 그림 같은 반영을 만든다. 물가에 드리운 가을빛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분주한 도심과는 또 다른 표정이다.

호수의 대표 명장면은 물결 위에 내려앉은 마이산의 두 귀이다. 사진 동호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멋진 인생 사진을 남기는 출사처로 소문났다. 잔잔한 수면과 웅장한 봉우리가 어우러지는 풍경 속에서 여행의 첫발을 뗀다.

운장산 골짜기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예순아홉 막내 이장
정천면 마조마을은 운장산 자락 깊은 골짜기에 터를 잡은 산골마을이자 예순아홉 ‘막내 이장’의 삶터이다. 그는 폭염을 뚫고 주황빛으로 여문 감나무 숲에서 마을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어 하루를 보냈다. 고원지대의 큰 일교차 덕분에 씨가 없고 당도가 높은 이 마을 감은 곶감으로 유명해 귀한 소득원이 되었다. 현재는 높은 나무에 올라 감을 따고 이웃의 문을 고쳐주며 산골의 계절을 따라 살아간다.

이장이 꿈꾸는 삶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활기차게 어울리는 터전이다. 집 마당에 직접 파크골프장을 꾸미고 함께 운동을 가르치며 마을의 온기를 지키겠다는 뜻이다. 마조마을에서 막내 이장이 나누는 잘 익은 감과 이웃들의 시간을 들어본다.

벌려놓은 가위 날을 닮은 마이산, 1,500여 점의 도구사
마이산의 두 봉우리가 벌려놓은 가위 날과 닮았다는 재미난 착상에서 시작된 진안가위박물관은 세계 유일의 가위 전문 공간이다. 단순히 무언가를 자르는 도구를 넘어 인류의 생활양식과 예술을 품어온 도구의 역사가 담겨 있다. 박물관에는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희귀 가위 1,500여 점이 테마별로 전시되어 있다. 아기를 물어다 준다는 전설을 품은 유럽 황새 가위부터 영국 국왕 조지 4세의 금상감 캘리그라피 가위까지 다채로운 유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곳의 매력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사람의 손길을 거쳐 간 가위들의 사연이다. 인류가 도구를 발전시키며 써 내려온 삶의 흔적을 한눈에 담았다. 화려한 공예품부터 소박한 생활 도구까지 이어진 전시는 관람객에게 특별한 호기심과 지혜를 건넨다. 독특한 유물을 지켜온 박물관을 통해 기발한 발상과 역사 문화를 살펴본다.

마이산 아래서 펼쳐진 건강한 향기, 홍삼 명인과 이색 먹거리
진안은 나라에서 지정한 대한민국 유일의 홍삼 특구 고장이다. 주민들은 질 좋은 인삼을 정성스레 찌고 말려 명품 홍삼을 빚어내며 지역의 대표 자산으로 가꿔왔다. 9월 마이산 북부 일원에서 열린 진안홍삼축제는 고원의 가을을 여는 흥겨운 잔치이다. 붉은 활력을 배경으로 명인의 홍삼 제조 시연과 이색 먹거리, 주민 참여 무대가 어우러진다.

방송은 홍삼 떡볶이와 홍삼 달고나 등 풍성한 먹거리 현장도 담는다. 특산물 하나가 고장의 이름을 빛내는 자부심이 되고, 이를 함께 키워온 주민들의 활력으로 이어진 과정을 따라간다.

기암괴석 병풍 삼아 달리는 구불구불한 질주 코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선 마이산 자락에는 가을바람을 가르는 카트장이 있다. 굽이치는 트랙을 따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질주 본능을 깨우는 공간이다. 방문객들은 마이산의 수려한 풍광을 곁에 두고 안전모를 쓴 채 핸들을 쥔다. 직선주로를 내달리고 급커브 구간을 돌며 일상의 피로를 털어낸다.

코스를 도는 시간은 10여 분 안팎이다. 카트 체험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웅장한 자연 속에서 속도감을 즐기는 색다른 여정의 쉼표이다. 가을 산자락에서 소리를 지르며 일상의 묵은 때를 씻어내는 짜릿한 해방감을 만난다.

9년의 인내로 길러낸 삼과 부자의 손길로 이어온 식탁
진안고원은 일교차가 크고 흙이 기름져 인삼이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옥토이다. 밭을 만드는 데 3년,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6년이라는 세월을 견뎌야 비로소 단단한 6년근 인삼이 자란다. 그 땀방울을 귀하게 여겨온 강상곤 씨 부자는 밭과 주방을 함께 지킨다. 아버지가 묵직한 인삼을 캐내면 아들은 정갈한 음식으로 손님상에 올린다.

흙 냄새를 맡으며 자란 아버지의 헌신은 아들의 손을 거쳐 현대적인 요리로 피어났다. 부자는 갓 뽑아 올린 삼의 가치를 지키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상에는 홍삼 한 뿌리를 통째로 품은 돈가스뿐 아니라 아삭한 향이 감도는 인삼 샐러드도 오른다. 귀한 식재료를 색다르게 풀어낸 한 그릇에는 부자의 오랜 인내와 정성이 함께 담겼다. 인삼 농사의 고단함과 부자가 가꿔가는 식당의 일상을 살펴본다.

수몰의 아픔 딛고 일군 삶, 부산 아내가 끓여낸 민물 한 상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용담호 자락에는 수몰된 고향을 지키며 민물고기를 끓여내는 부부의 식당이 있다. 댐 건설로 마을과 전답이 물에 잠기며 삶의 터전을 잃었던 실향민의 애환이 서린 호숫가이다. 남편 이경철 씨는 고향에 남아 그물을 던지며 어부의 삶을 택했다. 바다만 보며 자라 민물고기라곤 만져본 적 없던 부산 출신 아내는 남편이 잡아 올린 고기로 탕을 끓이며 새 삶을 시작했다.

낯선 생선을 다루며 수없이 쏟아낸 눈물 끝에 아내의 손맛은 전북 향토 음식 경연 대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부부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쏘가리에 정갈한 채소를 얹어 얼큰한 뚝배기를 채운다. 밥상은 물속에 묻힌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자 부부가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이다. 잃어버린 것을 품에 안고 묵묵히 노를 저어온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연의 흐름에 맡긴 일상, 가시오가피 밭에서 닦는 무예
깊은 산속 백운면 자락에는 무협 영화 속 객잔을 떠올리게 하는 은둔의 오두막이 있다. 거친 통나무와 흙벽으로 지어 올린 집에서 홀로 무예를 연마하는 정경교 씨의 거처이다. 그는 젊은 날 항해사로 오대양 육대주를 누볐으나 몸과 마음이 상한 채 뭍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무협지 3만 권을 읽으며 동경했던 자연의 삶을 찾아 산골짜기에 손수 흙집을 짓고 터를 닦았다.

마당에 선 그의 삶은 세상의 시계와는 전혀 다른 박자로 흐른다. 정경교 씨는 가시오가피를 가꾸며 틈틈이 칼과 권법을 수련하고 자연 속에서 평온을 찾는다. 오두막은 비바람을 맞으며 스스로를 단련해 온 수행의 자리이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그의 눈빛에는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자유가 담겼다. 숲속에서 흙을 밟으며 고요를 지키는 무림 고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웃들의 인생은 고원의 바위처럼 단단하고 깊다. 씨 없는 감을 따며 웃는 이장, 도구의 역사를 품은 박물관, 9년의 세월을 튀겨낸 부자, 수몰의 슬픔을 맛으로 이겨낸 부부와 숲에서 자신을 수련하는 무림 고수가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일궈간다.
사양제의 푸른 물결부터 정천면의 감나무 골짜기, 용담호와 백운면 산자락까지 이어지는 여정이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391회 ‘가을이 오래 머물다 –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편 방송시간은 2026년 10월 24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이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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