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달인'에서는 한국방송대상 내레이션 부문에서 수상한 양희은 씨의 목소리와 함께, 전설적인 냉면의 달인, 페이스트리 달인, 그리고 수영모와 야구 유니폼 자수, 제습기 등 이색적인 분야의 달인들을 만날 수 있다. '은둔식달' 코너에서는 숨겨진 평양냉면의 달인을 찾아가고, 자동차 실내 복원 달인의 놀라운 기술도 공개된다.

전설의 냉면 할머니
가장 먼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물은 '전설의 냉면 할머니' 김금옥 달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서울 강서구 일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갈비찜 명인이 바로 김금옥 달인이었다. 진한 양념과 부드러운 육질로 수많은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전설적인 식당은 2000년대 후반, 아무런 예고 없이 문을 닫았고, 달인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세간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 가던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갈비찜이 아닌 평양냉면이라는 전혀 다른 무기들 들고 전장으로 돌아왔다. 과거 식당을 운영할 때부터 갈비찜과 함께 선보였던 냉면의 맛을 잊지 못하는 오랜 단골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김금옥 달인의 냉면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육수는 오직 한우 양지사태만을 고집하여 무려 11시간 동안 뭉근하게 끓여낸다. 오랜 시간 불 앞을 지키며 우려낸 육수는 기름기를 걷어내고 또 걷어내 맑고 깊은 맛의 정수만을 남긴다. 면 역시 100% 순메밀을 직접 제분하여 뽑아낸다.
두 번에 걸쳐 곱게 갈고 정성껏 걸러낸 메밀가루는 그 입자가 너무나도 고와서, 손가락을 살짝 갖다 대면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지문이 선명하게 찍힐 정도였다. 여기에 메밀의 구수한 향을 극대화하는 달인만의 비법, 바로 정체불명의 'OO물'이 더해진다. 심심한 듯하면서도 혀끝에 감도는 진한 육향과 코끝을 맴도는 고소한 메밀 향의 조화는 한번 맛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성을 자랑했다. 무더운 여름, 식당 앞에는 김금옥 달인의 냉면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로 진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한 시대의 전설이 또 다른 전설을 만들어내는 화려한 귀환의 순간이었다.

페이스트리 달인
손끝의 감각만으로 밀가루가 머금은 미세한 수분 함량의 차이를 감지하고, 그에 맞춰 반죽의 물과 재료의 비율을 조절한다. 빵의 기본이 되는 가장 첫 단계를 완벽하게 제어하려는 장인의 집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달인의 정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과일 껍질을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다. 껍질들을 깨끗하게 세척하고 정성껏 말린 뒤 곱게 갈아 천연 시트러스 향신료를 직접 만든다.
인공적인 향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깊고 은은한 과일 향이 빵의 풍미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비법이다. 기본에 충실한 원칙과 재료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으로 구워낸 빵은 이제 부산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을 불러 모으는 명물이 되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빵을 굽는 밀가루의 신, 김영표 달인의 빵에는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낸 맛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색 달인 - 수영모 달인, 야구 유니폼 사인 자수 달인, 제습기 달인
한편, 화려한 조명 뒤편,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기술을 갈고닦아온 이색 달인들의 모습도 소개되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수영모 공장, 이곳에는 눈대중만으로 실리콘 덩어리의 무게를 정확히 떼어내는 감각의 달인이 있었다. 저울에 달아보면 오차 범위가 거의 없는 놀라운 정확도였다. 달인의 손에서 잘려나간 실리콘 덩어리는 무게는 물론 두께와 탄성까지 완벽하게 계산되어 하루 수백 개의 규격화된 수영모로 재탄생했다. 기계보다 더 정확한 손의 감각이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여름철 필수 가전인 제습기의 탄생 과정에서도 달인의 장인 정신은 빛났다. 수많은 부품을 정해진 위치에 정확하게 조립하는 것은 기본, 마지막에는 수분 흡수 테스트까지 직접 진행하며 제품의 성능을 최종 점검했다. 작은 부품 하나가 전체의 성능을 좌우한다는 신념 아래,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꼼꼼함이 명품 제습기를 탄생시켰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이색 달인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은둔식달 – 숨어 있는 진짜 평양냉면의 달인
'은둔식달' 코너는 다시 한번 미식가들의 심장을 뛰게 할 평양냉면의 숨은 고수들을 찾아 나섰다. 자극적이지 않아 처음에는 심심하게 느껴지지만, 뒤돌아서면 다시 생각나는 묘한 감칠맛의 평양냉면. 서울 도심 속에 숨어 미식가들의 입소문만으로 B리본까지 획득한 두 곳의 양대산맥이 소개되었다. 먼저 지하 1층에 자리한 'ㅅ'집.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지만, 정오가 되면 이미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곳 냉면은 고기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담백한 스타일의 육수가 특징이다. 심심한 듯하지만 마실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와 계속해서 국물을 들이켜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직접 담가 내놓는 김치와 무절임 역시 그 맛이 일품이어서 '반찬 맛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 안에 숨어 있는 'ㅌ'집은 지역 주민들과 냉면 마니아들 사이에서 '광진구 평양냉면 대표주자'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 육수는 마치 잘 익은 동치미 국물처럼 맑고 투명하며, 잡맛 없이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한우 설깃살과 사태를 사용하여 깊은 고기 향을 우려내면서도 맑음을 잃지 않았다. 메밀 함량이 높은 면은 툭툭 끊어지는 식감 대신, 질기지 않고 매끄럽게 넘어가는 목 넘김이 특징이었다. 서로 다른 매력으로 평양냉면의 진수를 보여주는 두 실력자의 등장은 냉면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동차 실내 복원 달인
마지막으로 경기도 시흥의 한 자동차 복원 업체에서는 '자동차 명의'라 불리는 김명진 달인의 놀라운 기술이 공개되었다. 찢기고 해진 가죽 시트, 보기 흉하게 남은 담배 자국, 깊게 파인 내부 부품의 흠집 등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자동차들이 김명진 달인의 손을 거치면 감쪽같이 새 차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복원 과정은 과학적인 분석과 예술적인 감각이 총동원되는 작업이었다.
먼저 손상된 부위의 재질과 색감, 고유의 질감을 파악한다. 그다음 부직포로 내부를 보강하고 퍼티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든 뒤, 원래의 가죽 문양이나 플라스틱 질감을 그대로 복제하여 찍어내는 고난도의 작업을 거친다. 과정의 정점은 바로 색을 맞추는 염료 배합이다. 흰색, 검은색, 빨간색, 노란색, 단 네 가지 기본 색상의 염료만을 사용하여 차량 내부의 수십, 수백 가지에 달하는 미세한 톤을 정확하게 조절한다. 빛의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 보이는 색상까지 완벽하게 맞춰내는 과정은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는 고된 과정이었다.
마침내 도색과 코팅까지 마치고 나면, 언제 흠집이 있었냐는 듯 처음 출고되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되살아났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기술을 쌓아온 김명진 달인의 모습은 단순한 수리공이 아닌, 시간의 상처를 치유하는 예술가와 같았다.

한편, SBS ‘생활의 달인’에서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프로그램의 깊이를 더해온 가수 양희은 씨가, 한국방송협회가 주관하는 제52회 한국방송대상에서 내레이션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단은 "양희은 특유의 신뢰감과 공감력 있는 내레이션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며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완성도를 높였다"라고 평했다. 양희은 씨는 2015년부터 10여 년간, 총 485회 이상의 ‘생활의 달인’ 내레이션을 맡아 꾸준히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지켜오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양희은 씨의 수상으로 더욱 주목받는 이번 회차는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설의 냉면 할머니, 페이스트리 달인, 이색 달인 – 수영모 달인&야구 유니폼 사인 자수 달인&제습기 달인, 은둔식달 – 숨어 있는 진짜 평양냉면의 달인, 자동차 실내 복원 달인은 8월 11일 월요일 밤 9시에 방송되는 SBS ‘생활의 달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