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서정을 품고 돌아온 잔나비, 정규 4집 ‘LIFE’로 삶을 노래하다
가을의 서정과 함께 돌아온 밴드 잔나비가 정규 4집 ‘Sound of Music pt.2 : LIFE’ 발매 이후 진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타이틀곡 ’첫사랑은 안녕히-’는 발매 직후 멜론 TOP100과 HOT100, 벅스 실시간 차트에 진입하며 잔나비의 음악적 신뢰와 서정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양희은, 악동뮤지션 이수현이 각각 참여한 ‘잭 케루악’과 ‘마더’ 역시 세대를 잇는 서사와 완성도로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Sound of Music pt.1’이 ‘우주’를 향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pt.2 : LIFE’는 ‘땅’을 딛는 이야기다. 최정훈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사운드”라며 “pt.1은 전자적 요소가 많아 공상과학적 이미지를 담았다면, pt.2는 그런 부분을 덜어내고 전자악기를 쓰더라도 인간적인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비일상과 일상, 공상과 현실의 대비를 통해 30대에 들어선 잔나비가 마주한 현실 자각과 그 감정을 담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번 앨범은 하나의 이야기이지만 각 곡이 개별적으로도 매력을 갖도록 구성됐다. 특히 pt.2에는 몇 개의 앨범에 걸쳐 탈락됐던 곡들이 포함됐고, 그 기다림의 시간 자체를 가사로 의미화했다. 2017년에 쓴 ‘미아의 추억과 유니버스’가 대표적이다. 최정훈은 “개인적인 것이 가장 독창적이라는 믿음에서 우주와 땅, 이 두 개념과 2025년의 즉흥성에 의존해 앨범을 만들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즉흥성이 강조된 작업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잔나비에게 ‘낭만’이란 삶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에 가깝다. 최정훈은 “낭만은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일”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낭만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타고난 능력”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데뷔 첫 KSPO 돔 공연을 성료한 뒤 완성된 이번 앨범은 잔나비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최정훈은 “이번 앨범의 페르소나는 저 자신이자 잔나비 그 자체”라며 “나와 음악, 잔나비와 팬들의 관계성이 중심이었고, 2025년이라는 뜨거운 한 해를 완결 짓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잔나비의 사운드는 시기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최정훈은 “매 앨범마다 저희다운 결과물을 만들어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분들이 말하는 ‘잔나비다운 사운드’의 윤곽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그 상이함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는 여전히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편곡에 대해 그는 “곡을 쓸 때 머릿속에 그려둔 이미지에서 시작한다”며 “그 이미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리의 질감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pt.1은 전자사운드로, pt.2는 어쿠스틱하게 그려냈고, 편곡은 곡의 옷이 아니라 곡의 첫 이미지를 재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했다. 가사 역시 pt.1은 만화의 대사를, pt.2는 시와 수필 사이의 현대문학을 생각하며 작업했다.
이번 앨범 작업에서는 즉흥성을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손을 빨리 뗐다. 최정훈은 “그 반작용으로 다음 앨범은 좀 더 진득하게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앨범마다 방식은 달라지기에 고정된 역할은 없다”고 전했다.
‘Sound of Music’ 시리즈에 대해 그는 “저에게 이 시리즈는 2025년의 파편 같은 앨범”이라며 “언젠가 이 노래들을 다시 들을 때 이 시절의 우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대를 잇는 협업도 화제를 모았다. 양희은이 참여한 ‘잭 케루악’에 대해 최정훈은 “선생님은 제게 늘 ‘어른을 대표하는 목소리’였다”며 “어느 시대든 청춘기의 불안정함은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선생님과 함께 부르면 진짜 청춘의 이야기로 완성되리라 느꼈다”고 말했다. 녹음 중 양희은이 “잭 케루악 책 읽어봤니? 히피의 아버지지~”라고 말했을 때 “이 작업이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단 네 테이크 만에 모두를 울리셨고, 그 경험은 제 음악 인생의 가장 큰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이수현과의 작업도 특별했다. 최정훈은 “2018년 캐럴 이후 같은 녹음실에서 다시 만나니 ‘우리 모두 잘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훨씬 편하고 크리에이티브한 분위기였고, ’이 곡에선 내가 엄마라는 거지?’라며 바로 목소리 질감을 바꾸던 표현력에 모두가 감탄했다”고 전했다.
타이틀곡 ’첫사랑은 안녕히-’에 대해서는 “‘첫사랑’을 다룰 때 유치함과 미숙함 사이의 줄타기가 어려웠다”며 “틀에 박힌 발라드는 피하고 싶어 곡에 꽤 많은 전조를 넣었고, 예상치 못한 전개가 오히려 훅이 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그는 “풋풋함 속에 쓸쓸함을 더하기 위해 1절 후렴의 끝을 단조로 마무리했고, 아는 맛을 보여주는 듯한 확장감으로 아웃트로를 펼쳤다”며 “곡을 끝내기가 아쉬울 정도로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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