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IMF, 한국 경제 1.8% 전망

박지혜 기자
2025-11-25 07:43:43
IMF, 내년 한국 경제 1.8% 성장 전망…“회복세 뚜렷하지만 재정건전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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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 아난드 IMF 한국 미션단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 IMF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예측했다. 다만 확장 재정에 따른 국가부채 급증과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IMF는 24일(현지시간) ‘2025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 국면에 진입해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은 0.9%로 예상됐다. 완화적 통화·재정정책과 선거 이후 개선된 소비심리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부터 민간소비가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에는 대내외 불확실성 감소와 올해 편성된 추가경정예산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1.8% 성장할 것으로 봤다.

물가상승률은 원화 절상과 유가 하락 영향으로 올해 2.0%, 내년 1.8%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실효관세율 상승으로 일시적으로 흑자가 축소되지만 중기적으로는 수출 회복과 해외투자소득 증가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 7월 시행한 31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이 경기 회복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전국민 소비쿠폰 지급과 AI·기후대응 등 신산업 투자 확대, 취약계층 지원 강화 등이 민간 소비·투자 심리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 투입의 이면에는 관리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급증이라는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정부의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내년 111조6000억원(GDP 대비 4.0%)에서 2029년 124조9000억원(GDP 대비 4.1%)으로 확대된다.

국가채무는 올해 1301조9000억원(GDP 대비 49.1%)에서 2029년 1788조9000억원(GDP 대비 58.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당초 정부가 목표로 했던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3%’ 재정준칙은 사실상 포기된 셈이다.

한미 통상협상 타결로 발생한 대규모 대미투자 의무도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요인이다. 내년부터 대미투자특별기금에서 매년 50억달러(약 7조4000억원)의 정부 보증 기금채가 발행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보증채무는 올해 16조7000억원에서 2029년 80조5000억원으로 약 5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대미투자기금 보증채무까지 더해지면 2029년 말 국가보증채무는 100조원을 돌파하고, GDP 대비 비율도 올해 0.6%에서 최대 3.2%까지 치솟을 수 있다.

IMF는 단기 재정확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기 재정기조가 중립적이며 향후 5년간 재정 여력과 부채 수준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입 확충과 지출 효율화를 지속하고 재정기준점을 포함한 신뢰 가능한 중기재정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서는 AI 도입, 서비스업 규제 완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적극 투입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는 국면에 들어서는 만큼 재정도 점진적으로 정상화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공공지출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므로 지출을 줄일 게 아니라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며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IMF는 한국 수출의 70%가 전자·기계·자동차 등 특정 품목에, 대상국도 미국·중국·아세안에 편중돼 있다며 수출 기반 다변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무역 및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가능성과 AI 수요 둔화에 따른 반도체 부진 등을 하방 위험으로 지목했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2026년 경제·산업 전망’에서 올해 사상 최초로 7000억달러를 돌파한 수출이 내년에는 6971억달러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ICT·조선 등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지만 철강·석유화학·정유는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