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배우 故이순재, 오늘 영면…“대본 손에서 놓지 않던 천생 배우”
지난 25일 세상을 떠난 국민배우 故이순재(향년 91세)가 오늘(27일) 영면에 든다. 70년 배우 인생을 살아온 천생 배우가 천상의 무대로 향한다.
영결식 사회와 약력 보고는 배우 정보석이 맡았다. 정보석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방영된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고인의 사위로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다.
추모사는 배우 하지원과 김영철이 낭독했다. 하지원은 2012년 MBC 드라마 ‘더킹 투 하츠’에서 고인과 호흡을 맞췄으며, 데뷔 69년 만에 생긴 고인의 팬클럽 회장을 맡을 정도로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하지원은 과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영상으로 깜짝 등장해 “저에게는 가장 멋진 배우로 선생님이 계시고, 저는 팬의 입장에서 팬클럽 회장을 하고 싶었다”며 존경심을 드러낸 바 있다.
김영철은 동양방송(TBC) 탤런트 후배로, 2011년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아 김종서 역의 고인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영결식에서는 추모사 후 7분 길이의 추모 영상을 상영하고 분향한 뒤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당시 그는 “이 자리까지 와서 격려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며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부는 25일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5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빈소를 찾아 고인에게 추서된 금관문화훈장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유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배우가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것은 2021년 윤여정, 2022년 이정재 이후 3년 만이다. 고인은 앞서 2018년 10월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4살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서울고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고, 1960년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발탁되며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방송사 HLKZ-TV부터 시작해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고인은 한국 방송사의 역사이자 산증인이었다. 최고 시청률 65%를 기록한 ‘사랑이 뭐길래’를 비롯해 ‘상도’, ‘허준’, ‘이산’ 등 굵직한 사극에서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고,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시리즈에서는 친근한 할아버지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도 따뜻한 존재감을 뽐내며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았다.
정치권에도 몸담았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국회의원으로서 민자당 부대변인과 한일의원연맹 간사 등을 역임했다.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을 세 차례 역임하며 배우계 중심에서 활약했고, 2011년 신설된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초빙돼 최근까지 연기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후배 양성에도 힘썼다.
MBC는 28일 이순재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특별 편성했다. 연출은 ‘PD수첩’, ‘심야괴담회’ 등을 만든 김호성 PD가 맡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고인의 70년 배우 인생을 조명하고 생애 마지막을 다루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생 배우 이순재가 천상의 무대로 떠났다. 그가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던 대본처럼, 그의 연기 인생은 끝까지 뜨겁게 빛났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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