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서울시 교통정보센터(TOPIS)에 따르면 전날 내린 폭설로 통제됐던 서울 도심 고속도로 28개 구간과 시내 도로 9곳이 모두 통제 해제됐다.
이날 오전 4시 53분 분당수서로 성남 방향(청담대교남단→탄천1교) 구간의 제설 작업이 마무리되며 마지막 남은 통제가 풀렸다. 오전 5시 50분 기준 서울 도심 전체 통행 속도는 시속 20.9㎞, 서울 전체 평균은 시속 23.0㎞로 여전히 서행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날인 4일 오후 서울·경기 전역에 내린 첫눈은 시작부터 폭설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시간당 1∼3cm의 강한 눈이 쏟아지며 도로는 순식간에 빙판길로 변했고, 주요 간선도로가 통제되거나 차량이 뒤엉키며 도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내부순환로·강변북로·분당수서로·북부간선도로 등에서는 추돌 사고로 교통이 한때 완전히 막혔다. 서울 금천구 호암1터널에서는 차량 6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특히 성남 분당 내곡터널에서는 수백 대의 차량이 장시간 고립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용인에서 서울로 퇴근하던 한 시민은 “오후 11시 30분께부터 터널 안에서 3시간째 꼼짝없이 갇혀 있다”며 “터널이고 외진 곳이라 차를 버리고 탈출할 수도 없다. 차량 히터가 없다면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112와 119에 수차례 전화했지만 통화량이 몰려 연결조차 안 된다”며 “터널 진입 통제도 없고 제설차도 안 보인다”고 말했다.
목격자는 “다들 다니던 길이니까 퇴근길에 다녔는데 언덕길이라서 차가 미끄러지고 다 서로 박고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바퀴가 헛도는 마을버스를 시민들이 힘을 합쳐 밀어내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구로구 작동터널 인근에서는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반 바퀴를 회전해 아찔한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과천봉담도시고속화도로 학의JC 인근에서는 빙판길로 인한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CCTV에는 차량을 버린 운전자들이 갓길을 걸어가는 모습도 잡혔다.
SNS에는 “차 버리고 집으로 간다”, “눈 온다는 소식 있었는데 제설이 하나도 안 되어 있다”, “기온이 영하라 도로가 실시간으로 얼어붙는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시민들은 “지난해에도 첫눈에 폭설이 쏟아져 큰 혼란이 있었는데 대비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은 지난해 11월에도 첫눈에 20㎝ 넘는 폭설을 기록한 바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6시 대설주의보 발효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 경보를 ‘주의’로 상향했다. 경찰은 ‘교통 비상’을 발령하고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대설주의보는 2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폭설에 하늘길과 바닷길도 막혔다. 김포와 제주에서 출발하려던 항공편이 각각 4편씩 총 8편이 결항됐고, 백령도에서 소청과 인천을 잇는 여객선 등 4개 항로 4척이 운항을 중단했다.
코레일은 5일 출근 시간 지하철 1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등 5개 노선 열차를 13회 증편한다. 전날 퇴근 시간에도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운행을 7회씩 늘렸다.
경찰 관계자는 “결빙 위험 도로를 우선 통제하고 각 지자체와 협력해 총력 대응 중”이라며 “눈이 그친 뒤에도 블랙아이스가 우려돼 반복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5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지며 도로가 대부분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면도로·골목길·경사로 등은 제설이 특히 취약하다”며 “가능하다면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