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내년 초 예정된 제9차 당대회를 앞두고 연 전원회의에서 대남·대미 등 대외 메시지를 언급하지 않아 주목된다. 외교·안보 현안 대신 경제 성과와 내부 결속에 집중하며 당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2025년 12월 9일부터 11일까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통상 연말 전원회의를 5~6일간 진행하지만, 올해는 12월 초중순에 사흘로 압축해 개최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향한 구체적인 메시지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남·대미 관계나 북중러(북한·중국·러시아) 관계 전반에 대한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김 위원장은 “국가방위력의 전반적 구성 부분들에 대한 우리 당의 현대화 방침에 따라 이룩된 의미 있는 성과들로 해 전 지구적인 지정학적 및 기술적 변화 속에서도 나라의 안전과 방위 보장, 이익 수호를 위해 많은 문제들이 효과적으로 올바로 해결됐다”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부소장)은 “향후 5년간 당이 지향할 노선을 당대회에서 제시해야 하니까 현재 대외 문제를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대내 메시지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절제하며 당대회에 무게 중심을 옮겼다고 보고 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당대회에서 새로운 방향 등을 제시해야 하기에 전원회의에서 공개하면 김이 빠지니 말을 아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언급된 대외 발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에 대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근 1년간 우리 군대의 여러 병종부대들이 해외 군사작전에 출병해 이룩한 혁혁한 전과는 백전필승의 군대, 국제적 정의의 진정한 수호자로서의 우리 군대와 국가의 명성을 만방에 시위했다”고 자평했다.
통일부는 분석 자료를 통해 “북한이 핵능력 고도화와 함께 북러 협력을 토대로 재래식 현대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내치 성과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그는 “올해 경제발전 목표들과 함께 5개년 계획이 완수됐다”며 “중대한 성과는 보다 확대되고 진보한 지방발전 정책대상들을 연중에 착공하고 완공해 인민들의 위상과 복리실현에서 자부할 만한 결과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발전 20×10 정책’(2024년부터 10년간 매년 20개 시군에 현대적인 공장을 건설한다는 경제계획)을 핵심 성과로 내세웠다. 농업 부문에서도 “지난해보다 더 높은 곡식 수확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2026년도 지방발전 정책 대상이 되는 20개 시·군도 확정했다.
특히 ‘당 대회 승인에 제기할 당규약 개정안 작성’ 문제가 언급돼 당규약 개정이 확정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적대적 두 국가론’ 등이 당규약에 명문화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개정 당 규약에서는 남조선 혁명론 등 통일 관련 조항 완전 삭제, 적대적 2국가 관계 신설 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당 제9차 대회 소집 전까지 미결된 중요대상들을 완공할 데 대한 문제”를 제시해 국가 목표로 제시된 건설 대상을 마무리하는 데 연말까지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대회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양 석좌교수는 “올해 12월 말 혹은 내년 1월 중 당대회 준비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2020년 사례와 같이 당 정치국 회의 등을 통해 9차 당대회 일정 공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내부 기강 다잡기 메시지가 강하게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은 “혁명 발전에 인위적인 장애를 조성하는 요인들이 분석되고 일부 지도 간부들과 책임 간부들의 그릇된 사상관점과 비활동적이고 무책임한 사업 태도가 엄정히 비판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조직 문제’를 논의하고 1명의 당 중앙위원과 5명의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소환했다. 전원회의에서 내부 질책을 받은 분야 책임자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간부 변동은 식별되지 않았다. 연초 이후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아 근신 처분을 받았을 것으로 관측됐던 리일환 당 선전비서의 모습도 1열에서 포착됐다. 통일부는 “주요 간부 교체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은 조직 안정을 우선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원회의에선 △2025년도 당 및 국가 정책 집행 상태 평가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 상태 △제9차 당대회 준비 관련 중요 문제 △2025년 국가예산 집행 상태 및 2026년 국가예산안 △조직문제 등 5개 안건이 상정, 승인됐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