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법무부가 23일(현지시간)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수사 자료를 추가 공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과거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뉴욕남부지방검찰청 소속 검사가 2020년 1월 8일 작성한 이메일이 포함됐다. 해당 이메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1993년부터 1996년 사이 엡스타인의 전용기에 최소 8차례 탑승했다는 비행 기록이 담겼다.
공개된 비행 기록에 따르면 8차례 비행 중 최소 4차례는 엡스타인의 전 연인이자 성착취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이 동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맥스웰은 엡스타인의 범죄를 도운 혐의로 현재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1993년 한 비행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이 전용기의 유일한 승객으로 기록됐으며, 다른 비행에서는 이 둘과 20세 여성만 탑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는 일부 비행의 여성 승객들이 맥스웰 사건에서 증인이 될 수 있다고 이메일에 적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연방수사국(FBI)이 2000년대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주최 파티에 참석했다는 여러 제보를 수집한 기록도 포함됐다. 다만 사법 당국이 이 제보를 토대로 후속 수사를 진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21년 사법 당국이 맥스웰 사건 관련 기록 확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마러라고에 소환장을 보낸 사실도 문서에 담겼다. 검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클럽에서 맥스웰 사건 관련 인물의 과거 채용 기록을 확보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법과 투명성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엡스타인 피해자에 대해 법적으로 요구되는 보호 조치를 적용한 상태로 이 문서들을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9일 첫 자료 공개 당시 트럼프 대통령 관련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가 하루 만에 삭제해 논란을 빚었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차관은 피해 여성들의 모습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했다고 해명했으나, 민주당은 여론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돌리려는 술수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이틀 뒤 해당 자료를 다시 복원했다.
이번 공개 자료에는 엡스타인이 미국 체조 국가대표팀 주치의 출신 성범죄자 래리 나사르에게 보낸 편지도 포함됐다. 편지에는 직접적인 이름은 없지만 ‘우리 대통령’이라는 표현과 함께 “젊고 매력적인 소녀들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공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사르는 265명의 체조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40~125년을 선고받았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2013년과 2014년 작성한 유언장에서 JP모간 임원 출신 제스 스테일리와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을 유산 집행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이들이 단순한 지인을 넘어 깊이 신뢰하는 관계였음을 보여준다. 다만 2019년 작성된 최종 유언장에는 두 사람 모두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
의회가 공개한 이메일에 따르면 서머스는 2019년 엡스타인이 뉴욕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서머스는 오픈AI 이사회와 하버드 대학 교수직 등 모든 공개 활동에서 물러났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2019년 구속됐다가 구치소에서 사망했다. 미국 사법 당국은 엡스타인 관련 수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범으로 기소하거나 고발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범죄 행위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