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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에게 17번 양보한 조 켈리, 13시즌 만에 은퇴

박지혜 기자
2025-12-24 07: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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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에게 17번 양보한 조 켈리, 13시즌 만에 은퇴


과거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LA 다저스에서 함께 뛰며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베테랑 우완 조 켈리(37)가 13시즌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무리한다.

미국 야후 스포츠는 23일(한국시간) “켈리가 ‘은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빅리그 커리어를 끝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켈리는 이날 팟캐스트 프로그램 ‘Baseball Isn’t Boring’에 출연해 “더 이상 뛰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은퇴’라는 표현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운동선수들은 은퇴하는 게 아니라 그냥 경기에 나서는 걸 그만두는 것”이라며 “은퇴는 우리 할머니가 하신 일이다. 그 단어는 군 복무를 했거나 65세까지 일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후 스포츠는 “켈리는 자신이 뛰고 싶어하는 유일한 팀은 LA 다저스라고 분명히 밝혔다”면서 “다저스는 켈리를 재영입한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최근 파이어볼러 에드윈 디아즈와 계약을 맺으며 켈리를 다시 데려올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2009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지명을 받아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켈리는 통산 13시즌 동안 485경기에 등판해 54승 38패 7세이브 103홀드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했다. 총 839이닝을 던지며 767탈삼진을 잡아냈다.

커리어 초반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켈리는 2016년을 기점으로 불펜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17시즌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했고, 2018년에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개인 최다인 73경기에 등판해 21홀드를 따내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9년 FA로 다저스에 입단한 켈리는 류현진과 한 시즌을 함께 보냈다. 2020년 60경기 단축 시즌에서는 12경기 3홀드 평균자책점 1.80으로 호투하며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22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했다가 2023년 시즌 중 트레이드로 다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4의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켈리는 뛰어난 성적보다 강렬한 개성과 인상적인 장면들로 더 많이 회자됐다. 2020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위협구를 던지며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켰고, 2017년 월드시리즈 ‘사인 훔치기’ 스캔들에 분노한 다저스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오타니 쇼헤이(다저스)와의 등번호 양보 에피소드다. 2023년 오타니가 다저스로 이적하자 켈리는 한 팟캐스트에서 “나는 메이저리그에서 11년을 뛰었다. 오타니보다 2배 가까이 버텼다”며 “좋은 차를 주면 17번을 양보하겠다. 주지 않아도 등번호는 주겠지만”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오타니는 실제로 이를 받아들여 켈리의 아내 애슐리에게 포르쉐 세단을 선물했다. 차를 인도하러 온 직원은 “이건 오타니가 준 당신의 차”라고 전했다. 켈리는 등번호를 99번으로 변경했는데, 다저스에서 99번을 단 선수는 매니 라미레즈(2008~2010년)와 류현진(2013~2019년)뿐이었다.

지난 시즌 켈리는 1승 1패 평균자책점 4.78로 부진했고, 시즌 막판 어깨 염증으로 월드시리즈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올 시즌 역시 포스트시즌 복귀를 목표로 훈련을 이어갔지만 결국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켈리는 팟캐스트에서 “혼자서, 친구들과, 동료들과 공을 던지고 있었다. 최근 불펜 피칭에서 감이 떨어졌다가 마지막 불펜에서는 브레이킹볼을 다시 찾았다. 잘 회전했고 강하게 들어갔다”며 현재 몸 상태를 설명했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