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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포게터블 듀엣’ 장윤정→손태진, 기적의 무대

송미희 기자
2025-12-25 07: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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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포게터블 듀엣’ 장윤정→손태진, 기적의 무대 (제공: MBN)


희미해지는 기억을 음악으로 이으며 매회 기적 같은 순간을 선사한 MBN 리얼리티 뮤직쇼 ‘언포게터블 듀엣’이 다시 한번 기적을 선사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MBN ‘언포게터블 듀엣’ 최종회의 주인공은 개그맨 출신 가수 이리안과 74세 어머니 박희순 여사였다. ‘언포게터블 듀엣’의 패널이자 파일럿에서 메모리 싱어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 가수 손태진이 마지막 메모리 싱어로 나서 의미를 더했다. 

7년전 우울증성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어머니는 딸의 이름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병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특히 어머니가 딸에게서 받은 강아지의 간식을 갑자기 입에 넣으려 하자 스튜디오는 잠시 숨을 멈췄다. 이리안은 “치매는 정의를 하기 어려운 병인 것 같다”라며 어머니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세심하게 어머니를 챙겨 눈길을 끌었다. 

딸 이리안, 메모리 싱어 손태진과 함께 기억버스에 탑승한 어머니는 오래된 트로피 앞에서 “우리 딸 거야”라며 또렷하게 기억을 꺼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막내딸 이리안이 무용대회에서 받은 트로피를 보고 딸의 재능과 성취만큼은 단번에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리안은 “엄마 꿈이 무용수였다”며 어머니의 재능과 꿈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낡은 군복을 본 어머니는 남편을 떠올리며 웃다가도, 가족 사진 속에 두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며 표정을 굳혔다. 이리안은 “아버지와 큰오빠가 몇 달 차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고백했고,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기억에서 지워야만 버틸 수 있었던 엄마의 사연이 전해지자 스튜디오는 숙연해졌다. 이리안은 “치매는 무서운 병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아기가 되어버린 엄마를 챙기며, 엄마를 보낼 준비를 할 시간을 주는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깊은 울림을 전했다.

어머니의 인생곡으로는 ‘찔레꽃’, ‘돌아와요 부산항에’, ‘오동잎’이 소개됐다. 어머니는 바로 가사를 떠올리지는 못했지만 박자를 몸으로 느꼈고, 노래 너머의 기억들을 서서히 떠올렸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듣고는 가족 때문에 버텼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먹먹함을 자아냈다. 

기억의 무대에 오른 이리안과 어머니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듀엣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딸 이리안과 출연진들의 간절한 응원과 바람이 어머니의 목소리를 이끌어 냈다. 출연진 모두가 어머니를 응원하며 부른 한 소절 한 소절이 쌓여 기적의 무대가 완성됐고,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무대가 끝난 뒤 소감을 묻는 장윤정에게 어머니는 “기분이 좋아요”라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장윤정은 “모두가 응원하며 함께 불러서 더 감격스러운 무대였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리안은 “어머니의 기억이 하나씩 사라지더라도 마지막에는 가장 좋은 기억만 남았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마지막 답가 무대에 오른 손태진은 작은 소리에도 놀라는 어머니를 배려하며 자신의 곡 ‘다 잘 될 거예요’를 불렀다. “걱정말아요 다 잘될 거예요”라는 가사에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손태진의 목소리는 이리안 모녀를 위한 따뜻한 위로이자 ‘언포게터블 듀엣’을 관통하는 메시지 그 자체였다. 

조혜련은 “’언포게터블 듀엣’은 잊을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남을 것 같다. 가족을 더 세심하게 바라보게 됐다”며 프로그램의 의미를 되새겼다. 장윤정은 “’언포게터블 듀엣’을 진행하면서 음악의 힘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라며 “추억으로 조금씩 희미해지는 순간들을 무대로 남기며 함께한 ‘언포게터블 듀엣’, 여기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겠습니다”라며 시청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언포게터블 듀엣’은 8주동안 이철호 모자부터 이사벨라 부부, 이주화 모녀, 임태훈 조손, 나미애 모녀, 오정태 부자, 배진아 모녀, 이리안 모녀까지 여덟 가족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내 공감을 전했다. 인순이, 박정현, 박서진, 임창정, 소향, 김태우, 윤민수, 손태진까지 8인의 메모리 싱어는 진정성 있는 무대로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특히 ‘언포게터블 듀엣’은 잊혀져 가는 기억 속에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음악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며 노래의 기적을 증명했다. 또한 치매를 ‘함께 견뎌야 할 삶의 과정’으로 바라보게 해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울림과 여운을 남겼다. 

한편 ‘언포게터블 듀엣’은 8회를 끝으로 뜨거운 호평 속 종영했다.

송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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