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연간 수출 7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7년 만에 달성한 역사적 쾌거이자, 미국·독일·중국·일본·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6번째 기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29일 오후 1시 3분 기준 올해 연간 누적 수출액이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6000억 달러를 세계 7번째로 달성했으나, 7000억 달러는 6번째로 기록하며 프랑스를 제치고 글로벌 주요국 대비 빠른 성장세를 입증했다.
올해 초 미국발 관세 충격과 보호무역 확산으로 수출 전망이 어두웠다. 실제로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며 고전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시장 신뢰가 회복되고 대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 6월부터 6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수출 성장을 이끈 주역은 반도체였다. 11월 누적 기준 1526억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 1419억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수출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 결과다.
자동차도 대미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눈앞에 뒀다. 11월 누적 660억 달러로 2023년 최대 기록인 709억 달러 경신이 확실시된다.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선제 대응과 EU 등 수출 시장 다변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선박(290억 달러), 바이오(147억 달러) 등도 선전했다.
수출 구조의 질적 변화도 뚜렷했다. 미국과 중국 비중이 감소한 반면, 아세안·유럽연합(EU)·중남미 비중이 확대되며 시장 다변화가 진전됐다. 9월까지 수출 중소기업의 수출액과 기업 수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수출 저변도 넓어졌다.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상반기 14.6% 감소를 딛고 연간 350억 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외 신뢰 회복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AI·반도체 등 첨단 산업 정책과 연계된 투자가 대폭 유입됐다.
특히 부지 확보 후 공장과 사업장을 설치하는 그린필드 투자가 대거 들어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질 좋은 투자’가 늘었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관세, 보호무역 확산 등 어려운 통상환경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며 국민과 기업의 저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성과”라며 “내수 부진 속에서도 수출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며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