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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관세 위협…유럽 8개국 반발

서정민 기자
2026-01-19 07: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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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관세 위협…유럽 8개국 반발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대서양 동맹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60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를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고, 수십 년 만에 미·유럽 관계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소규모 병력을 파견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등 8개국을 대상으로 오는 2월 1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6월 1일부터는 이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결국 돌아서서 미국의 안전보장 우산 아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지원을 끊는다면 우크라이나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모든 것이 붕괴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관세 위협을 받은 8개국은 즉각 공동성명을 내고 강력히 반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관세 위협은 대서양 간 관계를 약화하고 위험한 악순환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단결하고 대응을 조율할 것이며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데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페이스북 성명에서 “이는 우리 국경을 훨씬 넘어선 문제라는 점이 더 분명해졌다”며 “유럽이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줘서 기쁘다. 유럽은 협박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유럽 지도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그린란드 안보에 기여하기로 한 국가들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실수”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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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관세 위협…유럽 8개국 반발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맞서 초강력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유럽 주요국 정상과 접촉하며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을 공식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지식재산권 등의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다. 2023년 도입 이후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규정한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 차원의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도 EU 집행위원회에 ACI 발동을 요구했으며, 그린란드 문제와 무역협정의 유럽의회 승인을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주요 회원국들은 930억 유로(약 159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EU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수십 년 만에 미·유럽 간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EU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 협상 당시 이미 보복 관세 대상 제품 목록을 작성했지만 무역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유예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위협을 계기로 EU 27개 회원국 대사들이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대책 회의를 열고 보복 관세 재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 EU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마피아 같은 방식을 계속 쓴다면 분명한 보복 수단이 있다”면서도 “동시에 공개적으로 진정할 것을 촉구하고 싶다. 이는 채찍과 당근”이라고 말했다.

유럽 정상들은 이번 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보복 조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그린란드 및 북극 안보 상황을 논의했다며 “다보스에서 그를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나토 동맹국의 집단 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

다수의 EU 회원국이 ACI 활용 검토에 찬성했지만, 대다수는 우선 대화를 선호하고 있어 이번 다보스포럼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EU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은 명백한 강압이기 때문에 ACI 발동이 정당화될 수 있다”면서도 “2월 1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의사가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을 동맹에 대한 ‘협박’이자 ‘중국과 러시아에만 유리한 조치’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야 나타니엘센 그린란드 상무·광물·에너지·법무·성평등 장관은 “우리는 품위뿐 아니라 위대한 용기까지 요구되는 특이한 시대를 살고 있다”며 “표적이 된 국가들의 첫 반응을 보고 놀랐다. 외교와 동맹에 감사하며, 이러한 연대가 승리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해 7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타결한 미·EU 무역 합의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밝혀 합의 보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의회는 이달 26~27일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지만, 그린란드 문제로 이를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