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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환율 160엔 육박에 日당국 개입설

서정민 기자
2026-01-24 07: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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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환율 160엔 육박에 日당국 개입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60엔에 육박하자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며 시장이 요동쳤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동결 결정과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기자회견을 전후로 환율이 급변동하면서 투자자들은 치열한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이날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다. 9명의 정책위원 중 매파 성향의 다카다 하지메 위원이 홀로 “1.0%로 인상해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지며 긴축 의지를 드러냈으나, 나머지 8명은 동결에 찬성했다.

문제는 오후 기자회견에 나선 우에다 총재의 발언이었다. 그는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보이면서도 최근 폭등하는 장기 국채 금리를 억제하기 위해 ’기동적 오퍼레이션(시장 조작)’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금리 상승을 방어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됐고, 미일 금리 차 축소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엔화를 매도하면서 환율은 순식간에 159.23엔까지 치솟았다. 약 18개월 만의 최저 수준(엔화 가치 기준)에 근접한 것이다.

환율이 160엔을 향해 돌진하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도쿄 장 마감 후 유럽 투자자들이 가세하기 시작한 오후 4시 50분, 엔화 매수 물량이 대거 유입되며 환율은 단 몇 분 만에 2엔 가까이 급락해 157.37엔까지 떨어졌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급변동이 당국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크레디아그리콜의 발렌틴 마리노프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공식 개입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결론짓고 싶은 유혹이 들 정도”라며 “과거 개입이 일어났던 ‘레드라인’ 부근에서 시장이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현지 딜러들 사이에서는 당국이 시중은행에 환율을 묻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단행했을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레이트 체크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 딜러들에게 전화를 걸어 엔화 매수·매도 가격을 문의하는 절차로, 실제 개입이 일어나기 직전의 마지막 경고로 통한다.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외신들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주요 은행들을 상대로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엔화가치가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뉴욕 연은 측은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2024년의 학습 효과가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환율이 160~161엔 선을 돌파할 때마다 두 차례에 걸쳐 약 14조 엔(약 130조 원, 1000억 달러) 규모의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해 환율을 강제로 끌어내린 바 있다.

배녹번 캐피털마켓의 마크 챈들러 수석 시장전략가는 “뚜렷한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 심리와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시장을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모넥스의 외환 트레이더 앤드루 해즐릿도 “미 연준이 달러·엔 시장에서 레이트 체크를 했다는 얘기가 돌았고, 이것이 엔화 변동을 촉발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행은 이날 발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2025회계연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0.7%에서 0.9%로, 2026년도는 0.7%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2026년도 소비자물가(신선식품·에너지 제외) 상승률 전망치는 2.0%에서 2.2%로 올렸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다구치 하루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상향 조정된 것을 보면 최근 엔화 약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 경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화는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 재정 우려가 부각되며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왔다. 최근 다카이치 총리가 2월 조기 총선과 감세를 공약하면서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도 투자자 불안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오후 6시 현재 엔/달러 환율은 급락 후 일부 반등하며 158.40엔 선에서 안정을 되찾는 중이다. 뉴욕 시장에서는 155엔대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엔화 가치 기준)을 기록했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