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나들며 17년 만의 최고 수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에 구조적 원화 약세까지 겹치며 ‘고환율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 기준 1,495.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517.3원까지 치솟았다가 일부 되돌림이 나왔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야간 거래에서도 달러-원은 1,499.90원에 마감하며 1,500원 선을 재차 압박했다. 이날 장중 고점은 1,503.10원, 저점은 1,487.00원으로 변동 폭만 16.10원에 달했다.
환율 급등의 파장은 물가 전선으로도 번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6% 올라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폭(2.4%)도 2024년 7월 이후 최대치다. 석탄·석유제품(4.0%)과 금융·보험서비스(5.2%) 가격이 상승을 이끌었다. 3월 들어서는 두바이유가 전월 대비 82.9%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도 2.0% 추가 오르며 소비자물가로의 전가 압력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원화의 실질 구매력 약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86.72로, 64개국 중 63위에 머물렀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최하위 일본을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로, 중국(90.23)·미국(105.88)·유로존(103.77)과 큰 격차를 보였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22조 2,570억 원어치를 순매도해, 이미 지난달 역대 최대였던 월간 순매도액(21조 730억 원)을 경신했다. 이달 3일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하루에만 5조 1,490억 원이 팔려나갔고, 23일에도 3조 6,750억 원의 매물이 쏟아졌다. 코스피 내 외국인 보유 비중은 37.32%까지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환율 상승을 단순한 지정학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고환율 흐름 위에 전쟁 리스크가 얹힌 결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축소, 서학개미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달러 수요 증가, 트럼프 관세 압박, 미국 고금리 기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