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을 뚫고 장중 1536.9원까지 치솟으며 국내 증시 펀더멘털이 시험대에 올랐다.
2일 오전 6시 45분 기준 하나은행 고시환율은 1달러당 1513.00원을 나타내고 있다. 환율은 1일 조기 종전 기대에 1500원대 초반으로 소폭 내려왔지만, 고환율이 상수가 된 ‘뉴 노멀’ 환경 속에서 외국인 수급 부담과 기업 이익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폭풍 매도의 배경은 단순한 차익 실현이 아니다. 핵심 키워드는 ‘환차손 공포’다. 달러로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인에게 환율은 수익률을 좌우하는 두 번째 주가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율이 1000원일 때 100만원(1000달러)어치 한국 주식을 샀다가 주가가 10% 떨어지고, 환율이 2000원으로 두 배 오르면 평가액은 90만원이 된다. 이 돈을 다시 달러로 바꾸면 450달러밖에 남지 않아 처음 넣은 1000달러 대비 손실률은 55%로 불어난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원화 가치 하락) 구간일수록 외국인이 서둘러 주식을 팔아 치우는 이유다.
중동 전쟁 확전 우려가 커진 지난 3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5조8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투매’를 기록했다. 4월의 첫 거래일인 이날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6100억원 안팎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달 원화가 5~6%가량 절하돼 대만 달러나 엔화 등 경쟁국 통화(2% 안팎)보다 낙폭이 훨씬 컸다는 점은 한국 시장이 글로벌 포트폴리오 조정의 1순위가 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반도체·자동차·기계가 대표적인 ‘고환율 딜레마’ 업종으로 꼽힌다. 반도체 업종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가 상승으로 외국인 비중과 지수 내 비중이 모두 컸던 만큼 고환율 충격이 가장 먼저 반영된 모습이다. 다만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원화 약세가 2분기 이후 이익 개선에는 오히려 우호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와 기계 등 전통 제조 수출주도 환율 10원 상승 시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구간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중동발 물류비 상승과 부품 조달 차질,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고환율=호재’로만 보긴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항공·정유 업종은 비용 부담이 더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를 달러로 지급하는 구조라 환율 상승이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정유사 역시 원유를 달러로 사오는 만큼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이 겹칠 때 이중 부담을 진다. 내수 위주 기업들도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 마진이 줄어들어 고환율·고유가·고금리의 ‘3고’ 환경이 길어질수록 체력 소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가 고환율과 중동 전쟁 여파로 사업 수행에 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하면서 수입 원료의약품 원가 압박이 커지는 형국이다. 제네릭 약가인하 예고로 저렴한 수입 원료 사용을 모색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특히 중국 원료의약품 수입은 2014년 3억8831만달러에서 지난해 8억1632만달러로 10년 동안 110.2% 급증했다. 원가 절감을 위한 수입 의존도 강화 흐름에 고환율 충격까지 더해진 것이다.
여기에 보건복지부의 제네릭 약가인하 방침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특허만료 신약의 기준 약가를 현행 53.55%에서 45%로 낮추면 제네릭 약가는 산술적으로 16.0% 삭감된다. 최고가 요건 미충족 시 인하율도 기존 15%에서 20%로 확대돼 요건 2개를 충족하지 못한 제네릭은 현재보다 최대 25.6%까지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약가인하 압박 속에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산 원료의약품 대신 더 저렴한 수입 제품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원료의약품 업체들의 입지도 동반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전쟁 여파로 원자재 수급 불안이 우려되고 고환율로 원가 부담이 가중돼 올해 사업 계획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과 맞물려 국내 완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 업체 모두 사업 지속성을 장담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