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상호 감독의 영화 ‘실낙원’의 김현주, 배현성이 인간 속 깊은 심연을 파고든다.
18일 오전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실낙원’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토론토 국제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세션에 초청되어 뜨거운 찬사와 함께 일종의 출정식을 마치고 돌아온 연상호 감독, 김현주, 배현성이 현장 참석한 가운데 AI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천국과 불완전한 현실 지옥 사이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심연을 파헤치는 강렬한 영화적 담론을 예고했다.

연상호 감독은 “첫 대본을 쓸 때만 해도 AI가 가까이 오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메모에서 시작된 감정을 이해하는 노력을 거쳐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기억과 불완전한 세계, 그리고 그 세계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관객들과 현실에서 있을 법한 딜레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 ‘실낙원’은 영화 ‘얼굴’(13회차)에 이어 14회차 만에 촬영을 마친 저예산 독립 제작 방식을 취해 눈길을 끌었다. 연상호 감독은 작품의 흥미로운 원안 비하인드를 털어놓으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과거 영화 ‘군체’ 메이킹 영상에서 고생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셨던 어머니가 다음 명절 본가에서 직접 연습장에 적어둔 이야기가 시나리오의 출발점이었다는 설명이다.

연상호 감독은 “어머니의 메모를 맞춰서 사고 오랜 기간 3가지 버전으로 고쳐 썼으며, 아내에게 보여주니 아내 역시 자기 이야기를 카톡으로 보내와 온 가족이 다크한 심연으로 들어가는 중”이라며, “’얼굴’ 때처럼 직접 투자를 하다 보니 중독되어 ‘실낙원’까지 오게 됐고, 배우들과 동아리 활동을 하듯 마음 편하게 원하는 영화를 재미나게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 변신과 극명한 케미스트리도 작품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9년 만에 돌아온 아들을 맞이하며 두 얼굴의 복잡한 내면을 연기한 ‘류소영’ 역의 김현주는 “경력에 비해 연기 기술보다 감정에 의존하는 편이라 읽었을 때의 첫 결을 살리려 노력했지만 막상 연기가 쉽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현주는 “9년을 함께한 아이가 실존 아이가 아니었기에 공허한 류소영을 표현하고자 했고, 9년 만에 만난 아들 선우와의 첫 만남 교감에서 그 눈빛이 안 나올까 봐 배현성 배우와의 대화를 일부러 자제했다”라고 털어놨다.

드라마 ‘조립식 가족’ 팬이었던 연상호 감독 딸의 추천과 ‘지옥2’의 인연으로 합류해 성공적인 첫 스크린 데뷔식을 치르는 배현성 역시 어두운 서운함과 원망을 품은 아들 ‘선우’ 역으로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서늘한 얼굴을 선보인다. 배현성은 “어두운 이야기가 재밌었고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다”라며 “9년 동안 자신 없이 잘 살았을 엄마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을 담으려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김현주는 “배현성 배우는 평소엔 순둥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서늘한 공기를 순간적으로 만들고, 깊은 눈빛에 여러 감정을 담아내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칭찬했고, 연상호 감독 역시 “검은 자위가 큰 눈동자에서 짐승 같은 묘한 광기가 느껴졌다”라며 강렬한 캐스팅 이유를 짚었다.
현장 디렉팅 비하인드와 배우들의 훈훈한 호흡도 전해졌다. 배현성은 “감독님이 현장에서 유쾌하시다가도 디렉팅 시 한두 마디로 깔끔하게 돌변하신다. 스크린 속 제 모습을 실눈으로 몰래 봤다”라고 말했고, 김현주는 “컷 소리가 시원시원하셨고 대학 시절 다 같이 작품을 만드는 느낌이었다”라며 시너지를 자랑했다.
오랜 공백기를 깨고 연상호 감독과 함께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현주는 “속으로는 굉장히 긴장하고 있지만 연상호 감독님과 함께여서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 크다. 류소영의 고민을 함께해 달라”라고 당부했고, 배현성 역시 “첫 영화 데뷔이니 혼자 몰래 다시 보더라도 예쁘게 봐달라”라는 인사를 전했다.
한편, ‘얼굴’에 이어 2년 연속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실낙원’은 10월 21일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글 : 이다미 기자 / 사진 제공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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