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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칩 공급, 삼성·SK·마이크론 3파전 구도

서정민 기자
2026-02-14 07: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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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칩 공급, 삼성·SK·마이크론 3파전 구도(사진=삼성전자)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베라 루빈’에 탑재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시장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의 치열한 경쟁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엔비디아 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해온 시장 판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3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강력한 제품 안정성을 바탕으로 엔비디아 HBM4 인증을 가장 먼저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뒤를 이어 3사 공급망 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4세대 HBM3와 5세대 HBM3E 시장을 SK하이닉스가 독점하거나 주도해온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수율과 성능 문제로 HBM3E의 엔비디아 인증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지난 12일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하며 경쟁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인증을 받게 되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내 엔비디아에 HBM4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올해 엔비디아의 HBM4 물량 중 약 3분의 2를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져 여전히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거와 같은 독점적 지위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의 경우 앞서 반도체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가 HBM4의 엔비디아 공급 시장에서 사실상 탈락했다고 진단했으나, 마이크론은 지난 11일 고객사 출하를 이미 시작했다며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트렌드포스는 마이크론이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진행 중이지만 2분기까지 검증을 완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가 엔비디아의 공급망 다변화를 전망하는 핵심 근거는 최근 D램 가격 급등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D램 가격이 오르면서 HBM의 수익성 우위가 축소됐고, 이에 따라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회복된 D램 쪽으로 생산능력을 재배분하면서 HBM 공급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로서는 루빈 플랫폼 안정화를 위해 특정 공급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업체 다변화 정책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엔비디아는 최근 시장에서 AMD와의 경쟁 구도 변화에도 직면하고 있다. 13일 엔비디아 주가는 약 3% 하락한 반면 AMD는 1% 가까이 상승했다. 네트워크 장비업체 아리스타 네트웍스의 제이슈리 울랄 CEO가 일부 AI 인프라 배치가 AMD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울랄 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년 전만 해도 배치의 거의 99%가 엔비디아였다”며 “현재는 약 20~25% 수준에서 AMD가 선호되는 가속기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AI 칩 시장 점유율 약 90%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AMD와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등 경쟁자들이 서서히 시장 지배력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