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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사법개혁 3법’ 강행에 사의

서정민 기자
2026-02-27 14: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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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사법개혁 3법’ 강행에 사의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입법을 강행하는 가운데 박영재(사법연수원 22기) 법원행정처장이 27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월 13일 천대엽 전 처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지 불과 45일 만이다.

박 처장은 이날 오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처장직 사퇴 의사를 전달한 후, 오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최근 여러 상황과 법원 안팎의 논의 등을 종합할 때 제가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법부가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물러나게 돼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디 현재 진행되는 사법제도 개편 관련 논의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장에 이어 대법원 서열 2위인 법원행정처장의 전격 사퇴는 사법부 내 위기감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법개혁 3법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한 법관·검사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하는 ‘법왜곡죄’ 도입(형법 개정안) △확정된 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재판소원제’ 도입(헌법재판소법 개정안) △현행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지난 26일 형법 개정안(법왜곡죄)을 본회의에서 먼저 처리한 데 이어, 이날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종결되는 대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제) 표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오는 28일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까지 상정해 2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3법 처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박 처장은 사퇴 이전부터 사법개혁 3법에 대해 강도 높은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판소원제 도입은 사실상 4심제로 가는 길이며 국민을 소송 지옥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도 “하급심의 우수 판사들이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충원되면서 하급심 약화가 매우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퇴 이틀 전인 25일에는 직접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주재하고 “사법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법안들이 사법부와 사회 각계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의 거듭된 반대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입법이 강행 처리 수순을 밟게 되자, 내부의 위기감이 결국 수뇌부의 사퇴라는 극단적 형태로 표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처장은 이재명 전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상고심이 전원합의체로 넘어가기 전 해당 사건의 주심을 맡은 바 있어, 사퇴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은 박 처장의 사퇴 의사를 수리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