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가헌미술관이 김두엽·이현영 모자의 10년 예술 여정을 한자리에서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가족전을 넘어 한 사람의 삶이 예술로 이어지고, 그 예술이 다시 다른 한 사람의 삶과 회화에 스며드는 과정을 조명한다.
83세의 어느 날 달력 뒷장에 사과 한 알을 그리며 고(故) 김두엽(1928~2024)의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그림 그리는 할머니’,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로 알려진 그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평생의 노동과 가족, 고향과 기억을 자신만의 따뜻하고 순수한 조형언어로 풀어내며 7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김두엽의 삶과 예술은 KBS ‘인간극장’, ‘한국인의 밥상’, ‘다큐 On’, ‘황금연못’, EBS 등을 통해 소개됐다.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와 나태주 시인과 함께한 시화집 ‘지금처럼 그렇게’ 등을 통해서도 대중과 만났다.
그의 곁에는 화가인 아들 이현영이 있었다. 처음에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그림을 권했지만, 10년의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은 서로의 예술세계에 영향을 주고받는 동료이자 창작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도가헌미술관은 이번 특별기획전에서 김두엽을 단순히 ‘늦깎이 할머니 화가’라는 감동적인 서사에 가두지 않고, 한 여성의 생애와 기억, 노동이 독자적인 회화 언어로 전환된 삶 기반 예술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다. 동시에 이현영을 어머니의 조력자가 아닌 독립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로 조명하며 두 세대의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같은 기간 열리는 이현영 초대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이러한 시선을 작가 개인의 예술세계로 확장한다. 윤동주의 시와 삶에서 출발한 이현영은 하늘과 바람, 나무와 대지 등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존재, 삶의 시간을 탐색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회화세계를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나는 너를 살았고, 너는 나를 그린다’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독립된 두 전시이면서도 삶과 예술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건너가 새로운 언어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하나의 긴 이야기다.
도가헌미술관 최재희 학예실장은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들로 가득한 시대에 두 작가의 그림을 통해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우리의 시간이 무엇으로 남을 것인지 돌아보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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