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 여파로 비닐·플라스틱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종량제 봉투 대란’ 우려가 현실로 번지고 있다. 마트와 편의점에서 종량제 봉투가 자취를 감추고 사재기 움직임까지 확산하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전쟁 장기화 여부에 따라 위기의 깊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623일 종량제 봉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급증했고, 세븐일레븐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전주 대비 105% 뛰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트 몇 군데를 돌아다녀도 봉투를 못 샀다”, “여러 매장을 돌며 100장을 확보했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동률이 50% 중반 밑으로 떨어지면 설비 손상 리스크가 커져 60%가 사실상 마지노선”이라고 설명했다. 비닐 제조업체들은 폴리에틸렌 원료값이 50% 급등하면서 생산량을 15% 줄였고, 스티로폼 공장은 다음 달 원료값이 추가로 50% 더 오를 예정이어서 가동 중단을 결정한 곳도 나왔다. “20년 넘게 일했지만 원단이 이렇게 끊긴 건 처음”이라는 현장 직원의 말이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정부는 ‘4월 위기설’ 잠재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주 중 나프타 긴급 수급 조정 조치를 시행해 정유·석화업체의 생산량과 비축량을 의무 보고토록 하고, 수출도 제한한다. UAE에서 도입하기로 한 원유 2400만 배럴 중 400만 배럴을 3월 말~4월 1일 선제 투입하고, 4월 중순부터는 비축유 방출도 본격화한다. 산업통상부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매점매석 금지, 수출 제한, 긴급 수급 조정 등 단계별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내부에서는 낙관론과 우려가 공존한다. “전쟁 전에도 100% 가동은 아니었기에 실제 감소폭은 10% 수준이고, 현재 생산 여력으로 2개월치 제품 생산은 가능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나프타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공급이 끊기면 결국 공장 가동을 완전히 멈춰야 한다”는 우려도 크다. 북미·아프리카산 원유로 대체할 수는 있지만 운송 기간이 중동의 두 배에 달해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도 변수다. 전문가들은 재고량 공개와 투명한 수급 대책 공개를 통해 소비자 불안 심리를 먼저 잠재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