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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지옥’ 투자 중독 남편

박지혜 기자
2025-11-25 08: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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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지옥’ 투자 중독 남편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투자에 중독된 '비방 부부' 남편이 등장했다.

11월 24일(월) 밤 9시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하 '결혼 지옥')에서는 22년째 선물 옵션에 매달리는 남편과, 그로 인해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아내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동네 소꿉친구로 만나 결혼한 지 54년, 다툼 한번 없이 잉꼬부부로 살며 아들들을 의사, 경찰관 등으로 키워냈다는 부부는 남편의 은퇴 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공개된 영상 속 남편은 컴퓨터 모니터만 3대, 마우스가 4대나 마련된 컴퓨터방, 이른바 '비밀의 방'에서 투자에 몰입 중인 모습이었다. 1시간째 그래프만 뚫어져라 바라보던 남편은 22년 동안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걸작 시스템을 완성했다고 큰소리 높였다. 남편은 위탁 매매 후 전액 손실을 본 뒤 직접 투자에 뛰어들었고, 하루 20시간씩 연구에 매달렸다고. 남편은 "천우신조로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라며 22년째 실패하고도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투자 중독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퇴직금 전액을 날린 것도 모자라 아들들이 마련해준 아내 명의의 집을 몰래 팔아 투자에 탕진하는가 하면, 전세금까지 유용했다고. 심지어는 아내가 돈을 넣어둔 금고까지 부쉈다고 해 스튜디오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그렇게 남편이 투자로 잃은 돈은 무려 5억 원. 

아내는 남편 때문에 우울증까지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에 정신 병동에 입원까지 했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아내는 남편에게 투자를 그만두지 않을 거면 이혼하자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남편은 "최종 판단을 해달라"라며 아들을 집으로 불렀다. '비방 부부'의 아들은 "아버지는 컴퓨터를 치워도 곧바로 최신형으로 바꿔 다시 투자한다"라고 22년째 바뀌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을 두고 22년째 경제생활도 하지 않고 오로지 사법 고시에만 매달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빼곡하게 적어 내려간 투자 노트에는 단순히 돈뿐만 아니라 남편의 인생이 담겨 있을 것이고, 그래서 더욱 그만두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은영 박사는 중독 치료의 첫 번째 단계인 '소거'를 위해 컴퓨터를 모두 치울 것을 강하게 제안했다. 이와 함께 남편의 중독 문제만 치료가 돼도 아내의 우울증은 금방 회복될 것이라고 위로했다. 

방송 말미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를 위해 제작진이 마련한 가상 결혼식 영상이 공개됐다. 남편은 "장장 22년을 허비하며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이 시간 이후부터는 두 번 다시 (투자) 생각 안 할 것이고, 컴퓨터 먼저 치우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금단 현상이 가장 심한 1~2주를 잘 버텨야 한다며, 목표지향적인 남편에게는 건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잊지 않았다. 

한편, 이날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은 연말 편성 변경으로 인해 정규 편성 시간대인 밤 10시 50분보다 빠른 밤 9시 방송됐다. '결혼 지옥'은 다음 주 연말 특집 편성으로 인해 결방되며, 12월 8일 밤 9시 시청자들과 만난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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