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한바퀴’가 여수 남산공원과 이순신광장, 남도 K-가든 페스티벌, 서시장 꿀빵집, 숙성회 초밥 식당, 순살 갈치조림 가게를 차례로 만난다. 바다를 품은 골목에서 오랜 꿈을 지켜온 사람들과 가족의 손맛을 이어가는 이웃들의 일상을 담은 여정이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389회는 ‘다정하게 반짝인다 – 여수시’ 편으로 꾸며진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창작 연에 담은 주민부터 새벽마다 빵을 굽는 할아버지, 나눔을 실천하는 요리사 부부, 갈치와 노래로 손님을 맞는 부자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빛내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이어온 시간은 경험과 끈기로 남았다. 가족에게 배운 손맛을 지키고, 어려움을 겪은 뒤 이웃과 나누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하루에도 소중한 기억이 담겼다. 여수의 바다와 정원, 시장을 따라 꿈이 일상의 보람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만난다.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를 한눈에…언덕 위에서 만나는 여수 바다
남산동 언덕마을은 굽이진 골목과 가파른 길 사이로 어촌의 일상이 남아 있는 곳이다. 붉은 지붕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여수 바다가 펼쳐진다. 오랫동안 동네를 지켜온 어르신들의 기억에는 마을이 지나온 세월과 생활의 흔적이 담겼다.

언덕 꼭대기 남산공원에서는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를 함께 바라볼 수 있다. 탁 트인 전망과 바닷바람을 만나는 자리이다. 주민들에게 익숙한 집과 바다도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풍경이 된다. 여행은 삶터를 지켜온 이웃들의 다정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아버지의 연을 바라보던 소년, 오색 꼬리로 꿈을 잇다

과거 양복점을 운영했던 경험은 연 제작에도 쓰였다. 한복 원단으로 오색 꼬리를 달고, 500개 이상의 연을 하늘에 띄우는 솜씨를 선보인다. 아이들에게 직접 날려보도록 하고 손수 만든 작품을 선물하며 설렘을 나눈다. 박 씨에게는 연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큰 보람이다.

낮에는 초록빛, 밤에는 정원 조명…여문 문화의 거리 산책
여문 문화의 거리에는 ‘2026 남도 K-가든 페스티벌’을 통해 정원이 들어섰다. 작가정원과 시민·상인 참여정원이 상가 주변을 채우며 걷는 길마다 다른 풍경을 만든다. 낮에는 식물의 생기를, 해가 진 뒤에는 조명이 더해진 공간을 만나는 행사이다.

대표정원인 황지해 작가의 ‘가시나무 몽상’은 12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가시나무를 살린 작품이다. 오래된 나무를 중심에 두고 도시와 섬의 미래를 생각하는 도시재생정원으로 구성했다. 기존의 풍경을 지우지 않고 새로운 공간과 연결한 정원이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빵집, 나란히 이어가는 제빵 가족의 하루
서시장 골목에는 두 빵집이 붙어 있다. 전통 꿀빵을 만드는 손영수 씨와 새로운 빵을 선보이는 23세 손녀 손지예 씨의 가게이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가 빵 만드는 모습을 보며 자란 손녀는 자연스럽게 제빵에 매력을 느꼈다.

할아버지는 손녀가 걷는 길을 걱정하면서도 대견하게 바라본다. 빵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오랜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빵을 굽는 두 가게는 가까운 자리에서 각자의 하루를 이어간다.
손영수 씨는 40여 년 동안 새벽 4시에 출근해 팥소와 반죽을 직접 만들었다. 여수의 별미인 꿀빵은 택배로 전국에 보내질 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전통의 맛을 지키는 할아버지와 제빵의 길에 들어선 손녀를 통해 3대 가족의 행복을 들여다본다.

아너 소사이어티 부부, 음식과 나눔으로 차린 한 끼
여문동에서는 숙성회 초밥을 만드는 김경수 씨 부부를 만난다. 어린 시절 요리사를 꿈꿨던 김 씨는 요리사가 된 뒤 리비아로 건너가 현장 노동자들의 식사를 책임졌다. 낯선 환경에서 쌓은 경험은 음식을 대하는 바탕이 됐다.

사업 실패 등 어려움을 겪은 김 씨는 혼자 잘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후 나눔을 시작했고 아내도 뜻을 함께했다. 부부는 봉사와 기부를 이어오며 이웃과 살아가는 방식을 실천했다.
식당에서도 식재료 선택과 숙성 과정에 정성을 들였다. 좋은 재료를 고르고 정통 방식으로 숙성해 초밥에 감칠맛을 더했다. 돈을 모으는 것보다 나누는 삶이 의미 있다고 말하는 부부의 마음을 음식과 함께 만나는 순서이다.

아버지가 잡고 아들이 요리한다…갈치에 담긴 부자의 자부심
정종기 씨는 한 번 낚시에 나가면 기본 300마리씩 잡아 올릴 만큼 갈치낚시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어획 실력을 바탕으로 시작한 식당 운영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아들 정재훈 씨는 서울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여수로 내려와 아버지를 돕기 시작했다.

아들은 주방을 맡아 비법 양념을 개발하고,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 조리했다. 먹기 편하도록 뼈를 발라낸 ‘순살 갈치조림’은 부자의 노력이 담긴 특별 메뉴이다. 아버지가 잡은 갈치는 아들의 손을 거쳐 손님들의 식탁에 오른다.
정종기 씨에게는 낚시만큼 좋아하는 노래도 있다. 가수 남진과 닮은 목소리와 외모로 ‘여수 남진’이라 불리며 전국으로 공연을 다닐 만큼 실력을 갖췄다. 아들이 가게에 마련한 아버지의 무대는 식사에 또 다른 즐거움을 더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시작해 연이 날아오르는 광장, 밤빛을 품은 정원과 오래된 시장으로 여정이 이어진다. 꿀빵을 굽는 가족과 숙성회 초밥에 정성을 담은 부부, 갈치와 노래로 손님을 맞는 부자의 일상도 함께 담았다.
오래 품어온 꿈을 펼치며 자신의 삶을 반짝이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389회 ‘다정하게 반짝인다 – 여수시’ 편 방송시간은 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이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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