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반민정,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분위기

임재호 기자
2023-04-04 15:29:19

평소에는 차분하다가, 본인의 일을 시작하면 눈빛부터 변하며 끼를 발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의외의 모습에 ‘반전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런 매력은 ‘사람은 역시 본업을 잘할 때 멋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배우 반민정이 바로 그렇다. 촬영장에 수줍은 듯 차분한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차분하게 본인의 소신과 가치관을 밝히는 모습에서 그의 인간미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Q. 오늘 화보 촬영 소감은 

“오랜만에 하는 화보 촬영이라 설레고 재밌었다. 여러 가지 촬영 콘셉트로 촬영해 즐거웠다” 

Q. 근황 

“이번에 KBS 일일 드라마 ‘금이야 옥이야’를 촬영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술학원 원장 ‘장호랑’ 역할을 맡았다. 작년엔 대학교에서 연기 강의를 했는데, 지금은 드라마 촬영에만 매진하며 즐겁게 촬영 중이다”

Q. 이번 ‘금이야 옥이야’에서 맡은 역할 소개 

“‘장호랑’은 미술 학원 원장으로 자칭 타칭 ‘금쪽이 상담사’로 다부지지만, 사랑스러운 반전매력이 있는 밝은 캐릭터다. 동생 호식의 친구인 주인공 강산과 어린 시절부터 어울리며 볼꼴 못 볼꼴 다 본 사이지만 점점 호감을 느낀다.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 있다. 미술 학원에서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보이고, 짝사랑하는 강산에게는 애교 부리며 귀엽게 다가가고, 동생인 호식이에게는 정말 ‘찐 현실남매’처럼 투닥투닥하며 털털하게 막 대한다. 한 인물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재미있는 역할이다. 최지영 감독님께서 호랑이 남매가 나오는 장면은 좀 재밌었으면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대본에 충실하며 그 상황에 맞는 애드리브도 하고 있는데 좋아하시고 재밌어하신다” 

Q. ‘금이야 옥이야’는 어떤 작품인지 

“내게는 이 작품이 제목처럼 ‘금’과 ‘옥’ 같은 작품이다. 7년 만에 시청자들과 가깝게 만나는 작품이다. 첫 촬영하고 여러 감정들이 몰려왔다. 집에 돌아왔는데 벅차서 눈물이 나더라. 모든 게 감사했다. 이 드라마 자체도 가족 간의 이야기를 담은 밝은 드라마라 스스로 힐링이 됐다. 맡은 역할도 밝고 감정표현에 솔직한 캐릭터라 더 그렇다. 감독님도, 스태프들도, 배우들도 모두 한 마음으로 현장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셨다. 너무 소중한 작품이 될 거 같다. 시청자들은 내가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들 중 개성이 강하고 카리스마 있던 역할을 주로 많이 기억해 주시더라” 

“그런데 장호랑은 그동안 선보인 강한 배역들과는 180도 다른 역할이다. 나는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인데 장호랑을 하면서 귀엽게도 해보고, 소리도 막 질러보고, 짓궂게도 해보고, 갖은 애교도 부려보고, 표현해보고 싶은 감정을 다 표출하고 있다(웃음). 감독님도 이 캐릭터로 잘 놀 수 있게 해 주시고, 스태프들도 호랑이 연기에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오랜만에 밝은 드라마, 명랑한 배역, 따뜻한 촬영 현장, 스태프들, 우리 팀 덕분에 너무 즐겁게 촬영 중이다”

주얼리는 모두 민휘아트주얼리 제품.

Q.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 

“아무래도 드라마 KBS2 ‘각시탈’이다. 캐릭터도 그렇고 드라마 자체도 스토리가 탄탄했다. 독립군 역할이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내 연기를 좋게 봐주셔서 갈수록 비중이 늘었다. ‘각시탈’을 위해 장렬하게 자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임팩트가 있었는지 칭찬도 많이 받고 시청자들에게도 각인 됐었다. 그 드라마로 연기 상도 수상해서 정말 기억에 남는다. 그 인연이 이어져 차기작도 할 수 있었다. 몰입을 많이 했던 작품이다. 고생도 많이 했는데 그 덕에 뿌듯했다” 

Q. 한예종 학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석사일 정도로 연기에 대한 열정과 스펙이 화려한데 

“고등학교까지는 아나운서가 꿈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연기를 보고 자라서인지 내면에 끼가 있었던 것 같다. 남 앞에 나서서 얘기도 잘 못 하고 얼굴 빨개지고 그랬다. 연기를 하면 주어진 작품과 인물에서 또 다른 삶을 사는 느낌이 들어 되게 매력을 느꼈다. 친구들도 ‘넌 평소에 말도 잘 못하는데 드라마 보면 신기하네, 다른 사람 같다’고 하더라(웃음). 부모님께서는 연기하는 걸 굉장히 반대하셨다. 원래 되게 순종적인 아이였는데 연기를 너무 해보고 싶어 한예종에 부모님 몰래 지원을 했다. 그래서 그때 더 악착같이 연습과 노력을 했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합격했다. 그 후론 ‘배우의 길이 내 길인가 보다’라는 생각에 오로지 연기자의 길을 걸어왔다. 더불어 교육자로 대학교에서 연기와 배우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강의를 겸해왔다”

Q. 최근 재밌게 본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최근 ‘더 글로리’ 재밌게 봤다. 거기에 나왔던 모든 배우들이 다 캐릭터가 살아있고, 악역들도 너무 개성 있었다. 입체적인 모습을 잘 살렸다.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Q. 꼭 연기해 보고 싶은 캐릭터 

“지금은 밝고 푼수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장호랑도 이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다. 다음엔 내면을 좀 깊게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 시청자들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주어진 역할에 감사하며 열심히 하겠다” 

Q. 요즘 눈에 띄는 후배 연기자가 있다면 

“요즘 후배, 아역 배우분들까지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신다. 앞서 언급한 ‘더 글로리’는 임지연, 김히어라, 차주영의 악역 연기를 보려고 드라마를 다시 보기까지 했다. 특히 임지연 배우는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매력적으로 연기를 해서 검색해 봤는데 같은 한예종을 나온 후배더라. 인스타그램 팔로우까지 했다(웃음)”

Q. 데뷔 20주년이 지났다. 열심히 달려온 본인에게 한 마디 

“토닥토닥. 잘 버텼고,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 될 거야. 앞으로는 있는 힘껏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원래 중간에 배우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좌절되는 순간에도 결국에는 잘할 수 있고 사랑하는 일이 연기더라.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진심으로 반겨주고 응원해주고 있다. ‘인생 헛살지 않았구나’ 싶었다. 더 열심히 연기해야겠다고 느꼈다” 

Q. 꼭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 

“‘일타 스캔들’의 전도연, ‘대행사’, ‘마인’의 이보영. 두 말할 필요 없다. 섬세한 감정표현이 정말 훌륭하다. 같이 연기하며 그 호흡과 감정을 맞춰보고 싶다. 그리고 이순재 선생님. 너무 존경한다(웃음). 내공의 힘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Q. 영화와 드라마 모두 활동 경험이 있다. 영화와 드라마의 서로 다른 점은 

“요즘은 크게 다른 게 없어지는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테크닉은 조금 다르겠지만, 요즘엔 그런 경계가 많이 무너지고 있다. 예전에는 일일 드라마를 공장에서 찍어낸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시간에 쫓겨 빠른 촬영을 하며 제작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지고 있고, 이런 촬영 환경도 많이 개선되어 좋아지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각자의 매력이 있다. 영화는 장기간 깊이 있게 캐릭터를 준비할 수도 있고,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스토리도 좀 더 집중해서 촬영하기에 각각의 인물의 매력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일일 드라마의 매력은 장기간 시청자들과 바로바로 호흡하며 더불어 내 캐릭터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가장 아픈 손가락인 작품을 하나씩 꼽자면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아무래도 ‘각시탈’이다. 자결 장면을 보고 처음으로 실시간 검색어에 연기로 1등을 해봐서 아직도 기억난다. ‘반민정 자결’로 올랐다(웃음). 아픈 손가락은 지금은 없는 것 같다” 

주얼리는 모두 민휘아트주얼리 제품.

Q. 평소 정말 존경하는 선배 배우가 있다면 누가 있나 

“최근 최수종 선배님이다. 평소에는 방송으로 보다가 얼마 전부터 봉사활동을 같이 하고 있다. 방송에서 보는 이미지도 좋은데, 실제로 보면 더 훌륭하다. 회의할 때 카리스마도 있고 말씀도 너무 잘하시고 내공이 느껴진다. 선배님께서 많은 분들을 대하며 사진도 찍어주시는데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저 자리까지 괜히 가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 배우로서 연기도 잘해야 하지만 자신만의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고 사람을 이끌 수 있는 힘과 아우라도 필요하다. 항상 선행, 봉사하는 모습도 본받고 싶다” 

Q. 대중들에게 배우 반민정이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채널을 돌리다 내가 나오면, 채널을 멈추게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웃음) 오랫동안 많은 분들께 사랑받고 기대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2023년 계획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금이야 옥이야’를 잘 마무리하고, 계속 다양한 작품과 더 많은 역할을 경험하고 싶다. 앞으로는 끊임없이 연기하고 싶다.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하고 싶다”

임재호 기자 mirage0613@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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