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서인영, 신데렐라의 컴백

임재호 기자
2023-04-19 15:22:40


킬힐과 초코송이 헤어, 털기 춤, ET 댄스, 신데렐라 등으로 한 시대 속 신드롬 급의 인기를 구가했던 가수 서인영. 그가 걸치는 모든 것이 유행이 되는 것은 기본, 무대 위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천생 연예인’의 면모를 드러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본인 인생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던 결혼 후에 다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여전히 예전처럼 털털하고 쿨한 바이브를 뽐내며 ‘역시 서인영’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오랜만에 하는 화보 촬영에 기분이 들뜨고 굉장히 재밌었다는 그. 편안한 무드부터 키치 하면서도 빈티지한 느낌까지 찰떡같이 소화하며 ‘패셔니스타’ 다운 면면을 보여주었다. 화보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역시나 너무 솔직해 에디터와 서인영 모두 웃음을 멈출 수 없었는데.

Q. 오랜만에 하는 화보 촬영이라고. 어땠나 

“결혼을 하고 나서 첫 화보 촬영이었다. 기분 전환이 되더라. 내 옷들로 앨범 재킷 촬영할 때 주로 촬영했는데, 오늘은 화보를 거의 다 내 옷으로 촬영해서 더 재밌었다” 

Q. 근황은 

“똑같다. 신혼여행은 곧 갈 예정이다. 남편이 일하는 여자를 좋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노래도 항상 생각하고 있다. 오랜만에 나올 생각이니 정말 좋은 노래가 아니면 안 나오려 한다. 어설프게 하고 싶지 않다(웃음)” 

Q. 화보 촬영이 오랜만이었을 터. 맘에 드는 콘셉트가 있었나 

“오늘은 다 맘에 들었다. 난 항상 ‘옷은 피부처럼, 구두는 발처럼’이라는 신조를 갖고 있다(웃음). 내 옷을 입으면 남의 옷보다 편하게 촬영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항상 촬영 때 믹스 앤 매치를 많이 한다. 나들이 온 기분으로 촬영해서 즐거웠다”

Q. 그럼 옷을 살 때 어떤 기준으로 사나 

“튀는 옷 사고 싶을 땐 튀는 거 산다(웃음). 요즘은 최고의 신상은 클래식이란 생각으로 빈티지한 아이템 좋아하고 있다” 

Q. 깨가 쏟아지는 신혼 생활 중일 텐데 재밌는 점은 있나 

“얼마 전에 홍진경 언니를 샵에서 만났는데 ‘좋아?’하고 물어보더라. 물론 좋다. 남편이 되게 무던한 성격이라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 남편이 항상 텐션이 일정하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러려니 해~’하는 스타일이라 나와 정반대다. 처음엔 ‘어떻게 저렇게 생각하고 살지?’하고 생각했는데, 그런 면이 매력적이라 결혼한 것도 있다(웃음). 거기에 대고 나랑 안 맞는다고 화를 낼 수도 없더라. 내가 반 이상은 잡혀 산다(웃음)” 

Q. 본인도 스스로 결혼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남편의 어떤 점이 서인영을 사로잡았나 

“성격이다. 그리고 목소리, 말투, 귀여운 얼굴형이다. 난 얼굴이 길고 뾰족하지 않나. 남편은 짧고 동그란 얼굴형에 웃을 때 귀엽다. 그런 게 좋았다. 가장 맘에 드는 건 말투다. 성격에 조급함이 없고 느긋해서 좋다. 난 맨날 ‘빨리빨리’다. 촬영할 때도 스타일리스트가 옷을 갈아입혀 주고 봐주고 하는데 난 그게 안 된다. 무조건 내가 들어가서 빨리 갈아입고 나온다. 그리고 경제관념도 남편의 장점이다. 난 조금 없는 편인데 남편을 만나 경제관념에 대해 배우고 있다(웃음). 결혼이 안 맞는다고 느낀 게 남에게 맞춰주는 게 싫어서였는데, 이제 내가 남편을 맞춰주고 있다(웃음)”

Q. 결혼식 에피소드는 없나 

“서약을 읽어야 했는데 너무 긴장해서 글을 못 봤다. 근데 사회자분이 작게 ‘이거 읽어야지’ 했다. 근데 나도 모르게 ‘오키’라고 답했다. 마이크로 그게 다 소리가 나간 거다(웃음). 안 떠는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던 거다” 


Q. 남편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어떤 점에 반했나 

“호탕한 웃음과 쑥스러워하는 와중에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에 반했다. 남편은 서인영이란 사람을 몰랐다. 내가 연예인인 걸 몰랐던 거다(웃음). 남편은 그래도 영화배우들은 좀 아는데 내가 영화에 나온 건 아니지 않나. 같이 강원도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어머님들이 날 알아보고 좋아해 주셨다. 근데 남편이 ‘너를 왜 알아보고 좋아하는 거야?’라고 내게 묻더라. 되게 신기해한다(웃음)” 

Q. 결혼 후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 

“아침형 인간이 됐다.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났다. 근데 이제 남편이 출근하니까 8시에 무조건 기상, 23시엔 무조건 취침이다. 남편이 아침에 커피도 먹고 차도 먹고 보약도 챙겨주고 아침 주스, 영양제도 챙겨줘야 한다. 결혼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남편이 밥 챙겨 먹고 이런 게 되게 무심하다. 그래서 챙겨주고 싶고 불쌍한 맘이 들더라. 나 밖에 모르던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되게 신기했다. 결혼하면 다른 건 몰라도 밥 한 끼는 무조건 잘 먹이고 비타민 같은 거 잘 챙겨주고 싶었다”

Q. 서로 다툴 땐 없나 

“있다. 처음에 경제관념에 대해서 나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그래서 좀 다퉜다(웃음). 다툼은 많이 없다. 지금까지 두 번 정도 있었다. 나한테 서운한 거나 화난 게 있어도 말을 안 한다. 말로는 ‘괜찮다’고 한다. 근데 두 시간 동안 내게 말을 안 한다. 나는 속 터지는 거다. 혼자만의 시간을 달라고 한다. 난 그걸 못 기다리고 ‘오빠 뭐 때문에 그래? 말을 해!’한다. 남편은 ‘그냥 나 좀 내버려 둬. 그냥 두면 돼’한다. 나는 빨리 풀고 싶고 남편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스타일이다” 

Q. 전성기 때 ‘신상’, ‘아가들’ 등의 유행어는 물론 초코송이 헤어 등으로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엄청난 인기였는데 

“너무 좋은 추억이다. 그때도 난 40대의 서인영을 생각해 봤다. 인기는 영원하지 않다. 굴곡도 있고. 난 리얼리티도 많이 했으니까 철없던 모습까지 방송에서 다 보여준 것 같다. 어릴 때라 정말 더 솔직하고 싶었다. 아직도 그걸 다시 볼 수 있고, 계속 남으니까 좋은 추억인 것 같다(웃음)” 

Q. ‘서인영의 카이스트’, ‘야심만만’, ‘우리 결혼했어요’ 등 다양한 예능에서 대활약하기도 했다 

“너무 굵직굵직한 예능이었다. ‘우결’이랑 ‘카이스트’가 되게 기억에 남는다. ‘카이스트’는 정말 100% 리얼이었다. 울고 불고 했다(웃음). 자존심 때문에 이 악물고 했다. 시험을 따로 보는데 공부를 안 하면 진짜 자른다고 했다. 스케줄 때문에 하루에 2시간 잤는데 공부할 시간이 정말 없었다. 그 프로그램 들어가는 순간 담당 PD 전화가 꺼져있더라. ‘One More Time’ 라이브 연습하고 그랬어야 하는데 그 와중에 공부했다. 그 당시 ‘카이스트’ 학생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한다(웃음). 그 당시 정말 많은 사랑을 받긴 했지만 그걸 잘 즐기지 못한 것 같다”

Q. 예능으로 많이 각인됐지만 가창력도 엄청나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다들 ‘신데렐라’로 1위 한 줄 아는데 그때 (이) 효리 언니 ‘U-Go-Girl’ 때문에 1위를 못 했다. ‘사랑이라 쓰고 아픔이라 부른다’가 1위를 했으니 가장 기억에 남고 좋다. 활동곡도 아니었는데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Q. 최전성기 이후 번아웃이 와서 미국에 가서 휴식을 취하기도. 그때 심정은 

“그전부터 조금 힘들어했다. 난 처음부터 인기를 얻지 못했다. (박) 정아 언니가 인기가 많았고, 나는 ‘너를 원해’ 때 욕도 많이 먹어보고 했다. 항상 ‘노출’이 따라붙었던 거 같다. 그러다 갑자기 나보고 환호를 하고, 내가 하는 것마다 유행이 되고 하는 걸 보니 ‘이러다가 언젠가 한 순간에 나를 보고 싫어하고 욕 하겠지?’하는 마음에 회의감이 들었다. 공연하다가 주저앉아 운 적도 있다. 그래서 미국 가서 거기서 아무것도 안 하고 유학하는 친구들과 장 보고 밥 해 먹고 쉬었다” 

Q. 노래하는 서인영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은데 계획은 

“많은 작곡가들과 컨택을 해보려 노력 중이다. 노래가 좋아야 한다. 댄스곡은 생각이 없지 않은데 20대처럼은 못 할 것 같고, 리드미컬한 곡 정도는 낼 수 있을 것 같다(웃음). 패션, 음악, 메이크업 모두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이는 먹었지만 늙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 추하지 않게 옷 잘 입을 수 있는 법,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법 등을 궁리해보고 있다”

Q. 끝까지 음악에 욕심이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한창 가수 활동을 할 때 화면에 내가 예쁘게 나오고 말고 이런 거 관심 없었다. MR에 아무것도 안 깔고 ‘나 라이브 이 정도해’라는 거 보여주고 싶었다. 난 가수니까”


Q. 연예계 아이코닉한 패셔니스타다. 요즘 꽂힌 패션 스타일이나 패션 아이템이 있나 

“요즘엔 좀 자연스러운 룩이 좋다. 그리고 늘어지는 스타일 좋다. 그래서 살쪘나 싶다. 예전엔 되게 꽉 끼게 입었다(웃음). 히피 스타일, 빈티지한 아이템 좋다” 

Q.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여러 가지를 계획 중이다. 유튜브도 해볼까 생각 중이다. 많은 분들이 내가 스타일링하는 법을 엄청 궁금해하더라. 결혼 생활 같은 거나 집 소개, 옷장 소개 같은 거 하고 싶다. 난 ‘옆집 언니’ 같은 스타일을 추구한다. 자주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 

Q.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난 주위에 나를 아무 이유 없이 사랑해 주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필요에 의해 날 찾는 사람이 많았다. 근데 아무 이유 없이 날 오래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그저 너무 감사하다. 평생 소소하게 같이 늙어가며 갚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팬들과 같이 밥 먹기로 했다. 어렸을 때 할머니 손 잡고 나 보러 오던 친구들도 있고, 결혼한 친구들도 많다” 

Q. 롤모델은 

“이제 롤모델을 생각 중인 것 같다. 내 삶에서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서인영의 제2의 인생의 뼈대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Q. 대중들에게 서인영이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좋은 음악을 하는 편한 옆집 언니이고 싶다”

임재호 기자 mirage0613@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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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해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이스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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