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라라랜드’ 이본 “21년 만 라디오 복귀, 낯설기보다 편안했어” [인터뷰]

정혜진 기자
2025-11-10 11: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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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아이콘 ‘까만콩’ 이본이 21년 만에 라디오 부스로 돌아왔다.

KBS 라디오 ‘이본의 라라랜드’를 통해 다시 청취자들과 호흡하고 있는 그는 20년이 넘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변함없는 미소와 에너지로 여전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대중 앞에 선 이본은 라디오 DJ 복귀에 이어 연기 활동 재개까지 알리며 폭넓은 행보를 예고했다.

전성기의 화려함 뒤에 감춰졌던 공백의 시간, 그리고 결혼과 인생에 대한 생각까지 이본이 조심스레 꺼내놓은 진심을 들어봤다.

Q. 근황

“현재 KBS 라디오 ‘이본의 라라랜드’를 진행 중이다.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생방송으로 청취자분들과 만나고 있다”

Q. ‘볼륨을 높여요’ 이후 21년 만에 라디오 복귀다.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은 기분은 어땠나?

“신기한 게 분명 20년이라는 공백이 있었는데, 막상 스튜디오에 앉으니 마치 며칠 전까지 방송하던 것처럼 자연스럽더라. 환경만 조금 달라졌을 뿐, 리모델링된 익숙한 공간에 다시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새로운 기분보다 오히려 편안했던 것 같다”

Q. ‘볼륨을 높여요’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청취자분들의 연령층이 훨씬 다양해졌다. ‘볼륨을 높여요’는 중고등학생, 대학생이 주 청취자였다면, ‘라라랜드’는 연령대가 10대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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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라라랜드’에서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나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은 청취자분들과 얼마나 진솔하게 소통하느냐인 것 같다. ‘볼륨을 높여요’ 때도 그랬고 지금도 청취자분들에게 많이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상 이야기부터 고민 상담, 행복한 일이나 힘든 일을 함께 나눈다. 사연과 문자를 실시간으로 받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면서 소통하고 있다”

Q. ‘천상 DJ’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라디오 진행을 정말 잘한다. 비결이 있다면?

“성향도 맞아야 하고, 지구력도 필요하다. ‘볼륨을 높여요’를 드라마 촬영, 예능 MC를 하면서도 롱런할 수 있었던 건 6시 이후로 금식하고 술을 못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당시 방송이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였는데, 보통 그 시간은 저녁 먹고 쉬어야 하는 시간이지 않나. 그런데 그걸 안 하다 보니 자연스레 롱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지금도 건강하고 맑은 정신으로 소통하고 있다”

Q. 6시 이후로 금식은 라디오 진행 때문에 시작하게 됐나

“아니다. 고등학교 때 데뷔하고부터 6시 이후로 잘 먹지 않았다. 다이어트 목적은 아니었고, 그냥 다음 날 촬영을 해야 하니 얼굴이 붓는 것도 싫었고, 그걸 계속 유지했던 건데 몇십 년이 지나니 그걸 ‘간헐적 단식’이라고 부르더라(웃음)”

Q. ‘이본의 라라랜드’에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다면?

“너무 많다. 오랜 시간 함께한 김건모 오빠, 신승훈 오빠, 쿨의 유리, 재훈 성수 오빠처럼 예전 팀들이 다시 모인 모습도 보고 싶다”

Q. ‘볼륨을 높여요’에서 많은 게스트를 만나지 않았나.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게스트가 있다면?

“듀스 故 김성재 씨, 故 서지원 씨도 생각난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빼놓을 수 없고, 솔리드, 룰라, 영턱스클럽, 언타이틀, H.O.T., 신화, S.E.S, 핑클… 정말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Q. 가장 잘 나가던 전성기 시절 활동을 중단했다. 아쉬움도 컸을 것 같은데

“당시에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여유가 없었다. 남는 시간에는 체력 관리, 몸매 관리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 좀 지쳤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겸사겸사 마음 편하게 쉬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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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당시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설명해 줄 수 있나

“팬분들이 내가 살던 아파트 전층에 낙서를 다 남겨서 이사할 때 20 몇 층 전체를 페인트로 다시 칠하고 나왔던 적이 있다”

Q. 자기 관리에 철저한 걸로 유명하다. 아직도 ‘1시간 자기관리’ 루틴을 유지하고 있나?

“그렇다(웃음). 스스로 자기관리 끝판왕이라 생각한다. 매일 내 몸에 투자하는 시간이 한 시간은 넘는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구력 하나만큼은 정말 자신 있다. 나는 다음에 태어나도 이 직업으로 태어나고 싶다. 너무 좋아한다. 공인으로서 바르게 살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선만 정확하다면 어디서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것도 다 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의 인생도 살아볼 수 있지 않나”

Q. 연기 활동에 대한 생각은?

“하고 싶다. 여러 일을 병행하느라 하나에 몰입하지 못한 게 늘 아쉬웠다. 기회가 된다면 센 역할, 예를 들어 범죄 드라마의 빌런처럼 강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Q. 결혼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예전에 ‘백문백답’이라는 걸 했는데, 다시 보니 ‘이본 씨 결혼은 언제쯤?’이라는 질문에 스물다섯에 결혼을 꼭 하겠다고 너무 당차게 얘기했더라. 그걸 보면서 ‘참 당돌했구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도 모르는데’ 생각했다(웃음). 그때는 결혼을 꼭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현모양처도 되고 싶었다. 근데 지금 생각하면 효도를 하라고 저를 태어나게 해준 것 같다. 하지만 연애는 분명히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결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쪽으로 바뀐 것 같다. 난 그냥 가족들 돌보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Q. 취미

“스쿠버 다이빙, 사이클, 외국어 공부다. 중국어, 영어, 일본어를 주 1회씩 개인 레슨 받고 있다. 혼자 있을 땐 글도 쓰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사실 계획은 딱히 없다. 오늘 하루 열심히 살면 내일 분명히 좋은 게 있을 거다. 그날을 완벽하게 뿌듯하게 건강하게 살면 또 다른 미래가 있을 거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오늘 하루가 내일이 될 수 있다. 나는 오늘 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게 목표라면 목표인 것 같다”

정혜진 기자 jhj06@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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