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에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공개 발언한 데 관해 오히려 억지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신문은 "구체적 예와 자위대 행동을 연결 짓는 논의를 국회에서 공공연히 하면 침략을 생각하는 상대에게 속내를 보인다"며 "답변에 속박돼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직 총리 중 한 명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해 "정부는 평상시 (대만 유사시를) 생각해 둬야 하지만, 겉으로 말해도 좋은 사안은 아니다"라고 닛케이에 말했다.
친대만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대만 유사시와 관련해 "(중국이)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공개적으로 이같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존립위기 사태라고 판단되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본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고 미국이 대만 방어를 결정할 경우 일본에 있는 주일 미군기지가 공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집단 자위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 총리가 해당 발언을 한 이후 쉐젠(薛劍)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극언을 올렸고, 이에 일본은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중의원에서 대만 유사시가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는 기존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반성한다는 측면에서 (존립위기 사태의) 특정한 경우를 가정해 명확히 말하는 것은 신중히 하고자 한다"며 다소 물러서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서 '속내를 보였다'는 위기감이 확산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진보 겐 게이오대 교수는 여야가 국회에서 존립위기 사태를 주제로 논전을 벌인 데 대해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중국에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상대국이 단계적 도발 매뉴얼을 만든다면 국익에 마이너스라고 해설했다. 그는 언어를 정밀히 택해 신호를 보낼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시원시원한 주장으로 보수층 등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준비되지 않은 발언은 외교상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보수 성향 매체인 산케이신문은 사설에서 쉐 총영사의 야만적이고 무례한 폭언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중국에 경질과 사죄를 요구했다.
이현승 기자
bnt뉴스 라이프팀 기사제보 life@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