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생순’ 언니들의 투지와 눈물이 연말 밤을 하얗게 불태웠다.
어제(21일) 저녁 방송된 KBS 1TV 다큐ON ‘언니들이 돌아왔다’가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감동과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우생순’ 주역 오성옥 한체대 교수가 “지금 우리 한국 핸드볼이 많이 침체되어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시작된 방송은 과거 자신과 함께 땀을 흘렸던 동료들을 다시 불러모으는 여정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누군가의 엄마, 아내, 지도자로 각자의 삶으로 흩어졌던 ‘우생순’언니들이 다시 ‘선수’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장면은 그 자체로 ‘기적’이었다.
허순영 선수의 마음을 흔든 건 오성옥 교수가 보낸 한 통의 ‘선물 상자’ 속 핸드볼공과 편지 한 장이었다. “너 없이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 우리의 아이콘, 허순영이 꼭 함께하길” 이 한 줄에 담긴 진심이 용기를 북돋았다. 허순영은 “아팠던 기억보다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침내 20년 만에 다시 코트로 돌아온 언니들의 첫 경기 상대는 생활체육 최강자 ‘오리온’. 초반에는 “어깨 아파서 못해!”, “점프가 안 돼”, “골대가 안 보여!” 등 언니들의 오랜 공백이 역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몸에 새겨진 ‘승부사의 본능’이 되살아났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청소년 국가대표팀과의 세대 대결이었다.
젊은 후배들은 스피드로, 언니들은 몸에 밴 조직력과 식지 않은 열정으로 맞서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 펼쳐졌다.
경기 내내 엎치락뒤치락하며 ‘2004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처럼 진행된 경기는 결국 청소년 대표팀의 승리로 끝났다. 청소년 대표팀은 동점상황에서 종료직전 얻은 페널티 드로우를 성공시켰고, 그들에게 축하인사가 쏟아졌다. 그리고 20 년의 세월이 무색한 열정과 투지를 보여준 ‘우생순’ 언니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라는 영탁의 내레이션처럼 이번 다큐는 스포츠를 넘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드라마’가 됐고, 늦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선사했다.
한편,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향한 언니들의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담은 ‘언니들이 돌아왔다’는 생활체육과 엘리트 사이의 공백을 메우고 “누구나 뛰고, 누구나 성장할 수 있는 스포츠”의 의미와 가치를 증명했다.
특히 세대와 세대를 잇는 희망의 배턴을 넘겨준 ‘언니들이 돌아왔다’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경쟁하는 ‘디비전 리그’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디비전리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스포츠클럽 승강제 리그로, 지역 동호회부터 실업, 프로팀까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운영되면서 프로와 아마추어 스포츠인들이 맞붙는 격전장이다. 야구, 탁구, 축구 등 기존 종목에 이어 올해부터 핸드볼과 배구 등 총 11개 종목으로 확대되면서, 스포츠 인구의 저변 확대와 생활체육 활성화,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유기적 연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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