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명 사망·60명 부상 ‘74명 사상’…불법 증축·기름때가 화 키웠나
지난 20일 오후 1시 17분께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안전공업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직원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등 총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불법 증축과 집진 설비 관리 부실 등 구조적 문제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거세다.
화재 이후 연락이 끊긴 실종자 14명을 찾기 위해 19시간에 걸친 수색이 이어졌지만, 이들은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신원 확인은 지문을 통해 2명만 가능했고, 나머지 12명은 DNA 분석을 통한 추가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화재는 직원들이 점심시간 휴식을 취하던 중 발생했다. 절삭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가공 공정 특성상 공장 내부에 기름때가 심하게 낀 상태였고, 소방당국은 이 절삭유와 기름때가 집진 설비를 타고 연소하면서 불길이 급격히 번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남득우 대전 대덕소방서장은 “집진 설비나 배관, 찌꺼기 같은 게 많이 끼어 있어서 그것을 타고 순식간에 급격히 연소가 확대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구조적 문제도 심각하다. 해당 건물은 1·2층이 공장, 3·4층은 주차장으로 쓰였는데, 5.5m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2층과 3층 사이 램프 구간을 막아 복층 공간을 만들고 휴게실과 헬스장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 14명 중 9명이 발견된 동관 2층 복층 헬스장은 건물 도면과 대장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시설이었다. 정면에 창문이 없어 연기가 빠르게 축적됐고, 대피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시신 3구는 2층 물탱크실 주변에서 발견됐으며, 인근 계단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전공업 노조는 사고 이전부터 집진 시설의 화재 위험성을 반복 지적해왔다고 주장하며 회사 측의 묵살이 참사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황병근 노조위원장은 “환경·집진 시설에 대해 계속 회의에서 논의하고 개선 요구를 해왔다”면서 “이번 사고는 단순한 재해가 아니라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경영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중대한 인재”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화재 직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광역수사대·과학수사팀 등을 포함한 130명 이상의 전담수사팀을 꾸렸으며, 대전지검도 공공수사 및 방·실화 담당 부서 검사·수사관으로 별도 수사팀을 조직했다.
수사의 핵심은 불법 증축 여부와 대피로 확보 실태, 소방·안전관리 부실 여부다. 안전공업은 직원 364명, 연매출 1351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시점부터 법 적용 대상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업계의 시선은 아리셀 판결에 쏠린다. 지난해 9월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 사건에서 회사 대표 등에게 징역 15년의 1심 판결이 선고됐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래 최고 형량으로, 법원은 화재 대피 교육 부재와 비상구 미비를 유죄 이유로 들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이 사건은 이번 안전공업 수사와 향후 재판에서도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안전공업이 DB손해보험(685억원)과 롯데손해보험(100억원) 등 2개사에 총 785억원 규모의 화재보험에 가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실제 보험금 지급액은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대전시청 5층에 중앙합동피해자지원센터를 설치해 32개 기관, 38명이 상주하며 피해 복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부상자 28명 가운데 4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