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본 원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올 3월부터 시행 중인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만들어지는 데 '이론적 토대'가 된 과거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CJ대한통운과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사건에선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른 결정이다.
앞서 대법원 전합은 HD현대중공업 관련 사건에서 노란봉투법 시행 전 옛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선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하면서,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단체교섭 사안에 종전 법리를 변경해 개정 노동조합법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법리를 창설·적용하려는 시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은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2020년 3월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원청인 택배 회사는 각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대리점이 다시 택배기사들과 계약을 맺는 구조여서 회사와 기사 사이엔 별도 계약서가 없었다.
당시 이 판정을 이끌어낸 인물이 박수근 현 중노위원장이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패소했다.
2021년 6월 나온 중노위의 이 판정은 원·하청 관계에 대해 '교섭 의무가 있다'고 본 최초의 행정적 판단으로, 당시 큰 논란이 됐다.
당초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면제가 골자였지만, 이 판정을 계기로 원청이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후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과 맞물려 입법이 본격화됐고, 노란봉투법은 기존 법의 사용자 범위를 대폭 넓히면서 중노위 판정의 논리를 반영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노란봉투법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발생하는 원청·하청 교섭 분쟁은 법원이 개정법을 기준으로 별도 판단하게 된다.
이 경우 노란봉투법이 도입한 '실질적·구체적인 지배'라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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