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3기 신도시 사업 기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실제 착공 시점을 앞당기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후발 신도시들이 본격적인 보상 단계에 들어서는 가운데 주민 이주와 퇴거, 광역교통대책 협의, 문화재·보호종 발견 등 사업 일정을 늦출 수 있는 변수가 곳곳에 남아 있어서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광명 시흥은 올 상반기 보상 감정평가를 마친 뒤 이달부터 지구 내 토지·지장물 소유자와 협의보상에 들어갔다.
당초 일정보다 4개월 앞당긴 것이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안에 보상금을 신속히 집행해 내년 말 착공, 2031년 첫 입주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의왕·군포·안산과 화성 진안도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보상 단계에 들어설 전망이다.
문제는 보상 개시가 곧바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사를 시작하려면 보상 이후 원주민 이주와 기존 건축물 철거까지 마쳐야 하는데, 토지·지장물 소유자가 보상평가액에 반발하거나 이주를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해진 기간 안에 보상 협의에 적극 응하는 주민에게 가산금을 '협조 장려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지난해 9·7 공급대책에 담았지만, 관련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퇴거를 거부하는 경우 지자체장이 10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토지보상법 개정안은 올해 12월 17일부터 시행된다.
보상과 이주 외에도 광역교통대책 수립 과정의 지자체 간 이견, 매장 문화재나 맹꽁이 등 보호종 발견에 따른 조사와 대체 서식지 마련 등도 사업 기간을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열린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에서 3기 신도시 착공 지연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3기 신도시를 보면 기존에 발표된 지역의 착공이 지연되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60개월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도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택지 조성 절차를 최단기간 추진해 3기 신도시 등 주요 지구 착공 시기를 1∼2년 단축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LH 등 시행기관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택지 신속 혁신단'이 최근 출범해 첫 회의를 열었다.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매장유산 조사, 송전선 이설 등 사업을 늦추는 현안을 범정부 차원에서 한꺼번에 조정해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혁신단에는 재정경제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가유산청 등 관계 부처가 현안에 따라 참여하며, 순서대로 진행해 온 절차 중 동시 추진이 가능한 절차를 발굴하고 필요하면 관련 제도 개편도 검토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지 사업을 하다 보면 현장별로 송전선이나 문화재 등 관계 부처와 협업해야 할 문제가 발생한다"며 "현안마다 필요한 부처가 참여해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7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 후속 논의도 이어간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3기 신도시 사업 속도 제고와 도심 유휴부지 복합개발, 공사비 안정화 등 공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준공업지역 등 유휴부지를 공공기여를 전제로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이 대통령이 검토 의사를 밝힌 만큼 보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나올지 주목된다.
다만 지난 23일 첫 토론회에서 140여 명의 패널 중 상당수가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이번에는 균형 있는 의견 수렴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한편 3기 신도시 중 가장 속도가 빠른 인천 계양지구에서는 올해 12월 첫 입주 물량이 나올 예정이다.
2018년 12월 후보지 발표 후 약 8년 만이다. 당초 2021년 분양을 목표로 했으나 실제 첫 분양은 2024년 9월에 이뤄져 3년가량 늦어졌다.
함께 발표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은 지난해, 2019년 발표된 고양 창릉은 올해 1월 첫 분양이 진행됐다.
3기 신도시 사업은 토지 보상과 주민 이주 지연, 인허가 절차의 순차적 진행 구조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늦어져 왔다.
이에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업 기간 단축을 목표로 '범정부 택지 신속 혁신단'을 출범시키고, 협조 장려금과 이행강제금 등 제도적 보완책도 함께 추진하며 광명 시흥·인천 계양 등 주요 지구의 착공과 입주 일정을 앞당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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